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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꼬마

by posted Oct 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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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강물처럼.

여기 아랫 동네는 바로 '성거읍'이다.
그 성거읍에 최근 관할 본당에 갔다가 알게된 한 가정이 있으니,
바로 초등 1년생인 '요한'이라는 꼬마가 사는 집이다.
매우 열심한 엄마 아빠를 닮아선지
그 아이는 부모가 집을 비어 혼자일 때도
뻐스를 타고 꽤나 먼 거리에 있는 본당 미사에 빠지는 법이 없다.
물론 여느 아이들처럼 친구들을 만나면 개구장이에 불과하지만,
또 미사 참례는 잘 하면서도 내내 잠을 자거나 몸을 비틀기가 예사지만
그러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강론 내용을 줄줄이 꽤어 이야기를 잘 하니 그 집중력이 대단한 아이다.
또 그 아이의 식성 또한 여느 아이들과는 판이하게 달라
피자나 햄버거 따위는 쳐다 보지도 않고
설농탕, 곰탕, 감자탕,...따위를 좋아해 애늙은이 같은 식성이어서
참으로 기이한 아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저녁을 들 무렵 요한이 내게 전화를 했다.
"저녁하셨어요? 감자탕 먹으러 가요."
"아직 안먹었지만 마을에 내려가고 싶지 않으니 엄마하고나 먹으렴."
"...!!! 그래도 수사님과 함께 먹고싶은걸요...?"
순간적으로 꼬마의 기특한 청을 거절하는 건 아니다 싶어
생각을 바꿔, "그래, 요한아, 같이 먹자꾸나." 답을 했다.

그렇게 만나자, 이런저런 야그를 하다가
그날이 바로 음력 9월 5일인 내 생일!
"요한아, 그리고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네.
요한이 덕분에 그냥 지나칠 뻔한 생일 먹게 생겼군."
그랬더니 요 귀여운 녀석, 엄마를 앞세워 편의점 앞에서 차를 세우더니
쬐만한 고급 케이크를 사야 한단다.
그렇게 케익에 촛불을 밝혔고 생일 노래도 불렀다.

참, 그 날 내 생일을 챙겨주는 이 아무도 없었건만
요한이 덕분에 엄청 큰 생일상을 받은 셈이어서,
살아계실 적 엄마 만이 꼬박꼬박 챙겨주실 수 있었던
자칫 그냥 지나갈 뻔한 생일을,
그렇게 속 깊은 꼬마가 큰 상을 차려준 셈이다.

요한아, 하느님 사랑받으며 그렇게 무럭무럭 잘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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