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오늘 주님의 이 말씀이 바리사이에게 하신 말씀이라고 하여
설마 나에게 하신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겠지요?
그래서 나에게도 하신 말씀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탐욕은 모르겠는데 사악으로 가득하다는 말씀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안에 사악이 가득하다?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그런데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왜 인정해야 하는지 이제부터 보겠습니다.
하느님의 선이 없을 때 우리 안에는 욕이 생기고,
욕欲에 마음이 동의를 하면 욕심慾心이 되고,
욕심을 다스리지 않으면 탐욕貪慾이 된다는 것쯤은 우리도 잘 압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선이 없을 때 악이 가득하게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악이란 실재가 아니고 선의 결핍인데
하느님의 선을 받아 지니지 않을 때 우리는 악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왜냐면 우리가 우리 힘으로 선을 지니려 하지만 불가하기에
선을 소유하려 하면 할수록 선의 결핍인 악을 느끼게 되고,
그렇기에 선을 소유하려 하면 할수록 악에 바치게 되며,
작위적으로 선을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위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선이기에 인간은 누구나 선의를 가지고 있고
처음에는 선의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거나 무엇을 합니다.
그런데 이 선의가 악의로 바뀌고,
선의 결핍일 뿐이던 악은 악의로 인해 사악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어떻게 선의가 악의로 바뀔까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면 선의도 악의로 바뀌는 것인데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는 것도 선이 악으로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랑치 않고 나의 사랑으로 사랑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없는 인간의 사랑은 참 사랑이 아니고
하느님의 선이 없는 인간의 선이 위선이듯 거짓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없는 인간의 사랑은 어떤 거든 보상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너의 사랑을 보상으로 바라며 사랑하고
명성과 칭송을 얻기를 바라며 사랑하고,
만족을 보상으로 바라고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보상이 돌아오지 않을 때 그 사랑은 미움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선이 없는 우리 안의 악과
하느님의 사랑이 없는 우리 안의 미움이 만나 악의를 갖게 되고,
이 악의로 인해 우리의 악은 단순한 악이 아니라 사악이 됩니다.
사악이란 어떻게 하면 남을 구렁텅이에 빠지게 할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잘못되게 할까,
어떻게 하면 남이 나보다 못하게 할까,
한 마디로 어떻게 하면 남을 불행하게 만들까 궁리하는 것이지요.
복음의 다른 곳에서 주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질책하셨습니다.
보이기 위해 기도를 하고
보이기 위해 자선을 하며
보이기 위해 단식을 하는 그들에게
숨은 것도 보시는 아버지 앞에서 기도도, 자선도, 단식도 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앞에 있는 자로서 하느님의 선과 사랑으로 가득 채울 때에야
탐욕과 사악이 아닌 참 사랑으로 선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