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악령들의 집.
빈 집.
하느님의 집.
나는 어떤 집인가?
악령들이 죽치고 있는 집은 끔찍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기에 자유를 주시지만
악령들은 우리를 너무 집착하기에 우리를 얽어맵니다.
옴짝달짝할 수 없게 한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이 끔찍한 악령들을 몰아내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몰아낼 수만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진정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고,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진정 빈집이어도 좋다고 할 수 있나요?
그런데 악령들이 빠져나가고 빈집으로 있는 것은
단호하게 얘기하건데 다행多幸이 아니고 불행不幸입니다.
빈집은 허전한 것이고, 심지어 허무하기 때문이고,
허전하고 허무한 것은 불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지고 볶고 싸울 때는 그 고통스러움으로 인하여
그 남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죽고 없으면 그의 없음이 도리어 불행입니다.
하느님도 없고, 자녀들도 없다면 말입니다.
고통이 없는 것이 다행이거나 행복이 아니고
사랑이 있어야 행복하고 사랑할 사람이 있어야 행복하며,
반대로 고통이 많으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없고 사랑할 사람이 없는 것이 불행한 것입니다.
나의 집은 악령이 없는 빈집이 아니고,
성령께서 머무시는 충만한 집이어야 합니다.
악령이 없는 것보다 성령이 없는 것이 더 불행하고,
고통이 없는 것보다 사랑이 없는 것이 더 불행하니까요.
악령이 없는 것보다 성령이 있는 것이 더 행복하고,
고통이 없는 것보다 사랑이 있는 것이 더 행복하니까요.
우리의 목표는 악령이 없는 빈집이 아니고
성령과 성령의 사랑이 있는 행복한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