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하느님의 손 (Ia Main de Dieu 1896- 1916)
작가 :오귀스트 로뎅 (Auguste Rodin :1840-1917)
크기: 95.5 X 75 X 56cm :대리석
소재지: 프랑스 파리 로뎅 박물관
“현대의 미켈란젤로”, “신의 손을 가진 인간“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는 한때 수도생활도 했을 만큼 신앙에 심취하기도 했으나, 하느님 안에서 진리에 몸 바치기보다 아름다움의 추구로 삶의 방향이 바뀌면서, 그의 인생은 지옥의 심연으로부터 천국으로 오르는 것 같은 극단의 삶을 방황했다. 욕망과 순결이 함께 하는 작품 <입맞춤 : 성화해설 4번>처럼 관능과 사랑, 생명과 죽음, 희망과 절망을 폭 넓게 표현했기에 20세기 현대 조각의 창조자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18세기 이래 건축물 장식품 수준 정도의 인정을 받던 조각에 생명을 불어 넣어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한 것도 그의 업적에 속한다. 작가는 조각을 하느님의 창조 사업과 비유하고 조각가의 손을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손과 자연스럽게 연관시키면서, 신체의 일부분이 아닌 팔과 손의 성격을 생명과 연관시켜서 손을 통해 하느님을 향한 그리움과 신앙으로 인도하게 만들었다.
이샤야 예언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창조주로서의 하느님을 전하고 있는데, 작가의 작품성과도 어울리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내 손이 만들었고 이 모든 것이 내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다.”(이사야 66, 2)
성서 저자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마치 옹기장이가 진흙으로 작품을 만들 듯이 인간을 창조하신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때에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숨을 불어 넣으시니 생명체가 되었다.”(창세기 2, 7)
작가는 바로 손이 하느님의 이런 창조사업과 직결되는 것으로 연관지으면서 이 작품을 통해 시편 저자가 찬송한 세상에 생명을 잉태시키는 하느님의 능력을 찬미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 “주님은 어지시다 찬양들 하라,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강할 쏜 그 손이여 팔을 펴시었으니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시편 136, 1.12)
성화해설 4번 <입맞춤>은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서로에게 모든 것을 다 주면서 상대의 모든 것을 다 삼킬 듯이 껴안고 있는 남녀를 통해 드러나는 더 없이 끈끈한 욕망과 천상의 순결이라는 전혀 상반되는 두 개의 상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나로 통합하고 있어 여느 나체상이 주지 못하는 숙연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입술과 입술의 만남만으로는 도저히 드러낼 수 없는 비범한 예술의 마법을 통해 그 사색적 표현만 아니라 몸 전체가 사랑의 전율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비해 이 작품은 인간의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나체나 얼굴과는 달리 신체 기능의 보조수단 정도로 여겨지는 손을 통해 창조와 생명이라는 주요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의 크기와 상관없이 대단한 생명력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 작품은 그 강렬한 표현력으로 그의 작품 전체에서 백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조각가의 사명은 바로 하느님의 창조와 생명을 재현하는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지녔던 작가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의 이런 벅찬 정서를 완벽히 표현하고 있다 : “천지를 창조하시는 하느님을 상상해보면, 신이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시는 것은 모델이었을 것 같다. 하느님이 조각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재미있지 않은가?”
하느님의 손에 쥐어진 돌 안에 손을 꼭 쥐고 여인의 젖가슴에 한껏 얼굴을 묻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는 여자와 다른 방향으로 누워 여인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기고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소유하려는 듯 웅크린채 여인과 반대방향으로 누워 있다.
이처럼 돌 속에 웅크리고 있는 조그만 모습의 남녀이지만 창세기에 나타나고 있는 하느님 창조의 목표인 사랑을 더 없이 강렬히 표현하고 있다 :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우리와 비슷하게 우리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기 2, 26- 27)
작가는 여기에서 인간의 사랑 중에 가장 순수한 하느님 사랑의 강렬함을 아름다우면서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남녀의 사랑은 강렬한 면에 있어서 인간의 정신을 혼란시키는 관능성의 강조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하느님의 손안에 나란히 누운 이 남녀는 전혀 다른 정감으로 관객들을 유도하고 있다.
더 없이 큰 사랑이신 하느님의 보호 아래 있는 행복한 피조물의 모습이다. 작가는 하느님 손안에 있는 벌거벗은 남녀를 통해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으로 은유되는 차원 높은 사랑의 경지를 관능의 끈끈함이 배제된 육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출산을 기다리는 태아의 발가락처럼 작은 발가락이 보이는 돌을 쥔 하느님의 손은 더 없이 우람하면서, 손이 마치 생명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든든하게 보인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이사야 예언자의 다음 말씀처럼 하느님의 품을 인간의 생명을 키우며 외부의 고난에서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더 없이 견고한 성으로 표현하면서 하느님의 더 없이 큰 능력을 찬미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내가 왔을 때 아무도 없었느냐? 내가 불렀을 때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느냐? 내 손이 너무 짧아 구해 낼 수가 없다는 말이냐?”( 이사야 50,1- 2)
작가는 너무도 단조로워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손을 통해 창조주로서 하느님의 전능을 표현하고 있다. 하느님을 주님으로 믿는 사람들은 마치 하느님의 힘있는 엄지 손가락 부분에 기대어 있는 창조의 순간에 있는 앙증스러운 아담의 발가락처럼 더 없이 안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었으며, 사망 몇 주 전에 그의 조수였던 폴 크뤼에(Paul Cruet)에 의해 마무리 된 것이기에 작가로서 가장 원숙한 시기의 작품으로 볼 수 없지만 작가의 인생관 전체를 요약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대로 작가는 경건한 신앙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수녀로 있다가 세상을 떠난 누나의 뒤를 이어 수도생활을 지원했을 만큼 신앙의 기반이 있었으나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수도생활을 떠난 후 그는 여느 젊은이들처럼 욕망의 폭풍 속에 자신을 맡기게 된다.
그의 조수였으며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 (Camille Claudel : 1864- 1943)과의 분방한 관계를 위시해서 그는 나비를 쫒다 길을 잃은 소년처럼 하느님을 떠난 삶을 살다가 그의 말년에 다시 하느님의 품안으로 돌아왔기에 이 작품은 그의 인생과 신앙의 여정을 표현하고 있다. 생애 말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이런 인생 여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기에 예술가의 작품이기 이전 인생 여정 전체를 요약하고 있는 그의 영혼의 이력서로서로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수호 성인인 성 아우구스티노의 다음 말씀을 상기시키고 있다. "하느님 우리가 당신을 향해 창조되었기에 당신 안에 쉬기까지 안식이 없나이다."
하느님의 우람찬 손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안겨있는 행복한 모습의 남녀는 인생의 말년에 긴 방황기를 거쳐 하느님께로 회심한 작가의 초상화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전부터 손을 주제로 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두개의 손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대성당 (la Cathedrale : 1908)에서부터 비밀 (le Secret: 1909))등인데, 하나같이 육체의 어떤 한 부분으로서의 손이 아닌 독립적이며 그 자체로 생명의 메시지를 던지는 중요 부분으로 표현되고 있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그의 작품에 매혹되어 1903년 로댕에 관한 전기를 저술하기도 했는데, 그는 로뎅 손의 작품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려놓은 손, 더 이상 자신의 출신지인 육체에 속하지 않고 독립된 처지에 있는 손, 손과 손이 만지거나 잡는 물체가 함께 모여 새로운 무엇, 이름도 없고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성서 안에 담겨 있는 손의 영성, 작가로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 표현의 주요 도구로 사용하시는 손의 실상을 너무도 숭고하고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입맞춤
언제 또 어떤 작품을 들고 나타나실지 궁금하고 그래서 더욱 기다려집니다...참새가 방앗간 지나가듯 매일 들러봅니다...조만간 기쁜 소식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