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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부활 8부 토요일-우리가 말하지 않는다면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Apr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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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지도자들은 사도들이 불구자를 치유한 사건으로 인해 전전긍긍합니다.

그래서 자기들끼리 이렇게 쑥덕거립니다.

 

"저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저들을 통하여 명백한 표징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예루살렘의 모든 주민에게 알려진 터이고,

우리도 그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도 베드로와 요한의 치유가 하늘에서 온 표징임을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이들도 다른 백성들처럼 하느님을 찬양해야 할 것입니다.

하늘에서 온 표징을 보았으면 하늘을 보는 것이 정상이지요.

 

그런데 이들은 하늘은 보지 않고 사람들만 봅니다.

사도들이 무엇을 하고 백성들의 반응은 어떤지 봅니다.

그래서 이들은 철저히 지상의 사람들이고 매우 정치적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정치적이라는 것만으로 크게 나무랄 것은 아닙니다.

정치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필요한 것이니 죄악시 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

하느님의 뜻대로 정치를 하는 것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청되는 것이지요.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만 있고 하느님이 완전히 빠져있는 정치입니다.

 

이런 유다 지도자들에 비해 사도들은 이제 거침이 없습니다.

이들이 두려워 다락방에 숨어있던 사도들이 이제 문을 박차고 나가

이들이 죽인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담대하게 선포합니다.

 

사실은 이들이 선포해야 할 하느님의 말씀을 사도들이 선포하는 겁니다.

자기들의 자리, 자기들의 역할을 사도들에게 빼앗긴 것이지요.

그래서 어제 베드로 사도는 이들에게 이렇게 일갈을 하지요.

 

예수는 집짓는 이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이들이 버렸기에

사도들이 이제 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구원을 선포한다는 거지요.

이어서 오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성주간에는 저희 수도원에 개신교 수도자들이 와서 같이 지냈습니다.

그들은 정말 경건하게 우리의 성주간 전례를 따라하였고,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하나라도 더 알려고 하였으며,

저도 그들의 예배에 참례하면서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한 번은 식사 때 그 공동체의 목사님께서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셨습니다.

낮에 식사를 할 때는 전기 불을 끄고 식사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수도 공동체는 재물과 하느님을 같이 섬길 수 없다는

주님의 가르침대로 철저히 살고자 산골로 들어가

일부러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지요.

 

그분은 목사가 되기 전 핵물리학을 전공하신 분인데

목사가 되신 뒤에는 복음적인 가난을 살기 위해서, 그리고

원자력 발전을 줄이기 위해 전기 사용을 줄이는 운동을 실천하셨습니다.

 

아무튼 이때 느낀 것은 이분들이 저희보다 더 프란치스코를 사랑하고

저희보다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을 더 잘 실천하신다는 것이었고,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살아야 삶을 우리가 잘 살지 못함으로

이분들이 그 역할과 삶을 대신 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프란치스칸인 저희가 쓸모없는 돌이라고 프란치스코를 버렸는데

예수회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란치스코를 모퉁이 돌 삼고

개신교 신자인 이분들이 프란치스코를 귀한 보물 삼는다는 느낌이

근자에 와서 많이 들어 부끄러운 나날이었습니다.

 

주님, 가련한 프란치스칸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사부님, 불충한 저희를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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