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에서
위로에서 버려진 이들
압도적인 우월감으로 그대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
중환자에게서 떠나듯이 그대의 연인이 그대를 버리고 떠난 사람
그대를 배신하고 팔아버린 비탄 속의 비정한 사람은 어디 있나?
수난과 죽음의 형장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채 옆구리에서 쏟는 피와 물로
사람의 갈증을 적시고
구원의 손을 내미는 이들이 내 영혼의 근저에 있다.
사람을 살려내는 그분의 손이 있다.
얼어붙듯이 차갑고 비정한 사람이 끼얹어준 추위와 손시려움을
녹여주는 고마운 이들이 있다.
견디고 기다리는 죽음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음성
요르단과 타볼산에서 들리는 주님의 음성
“너는 내 아들,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
십자가 길에서 만난 이들
성모님과 베로니카
케네레 사람 시몬
십자가 밑에서 서있던 이들
성모님과 요한
막달라 여자 마리아
그들이 있어
나도 하루하루 내 길을 간다.
온갖 가식을 벗고 순연한 나신으로
부활의 눈부심을 기다리며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
상처를 겁내지 마라
상처를 이기며 일어서는 사람의 영광
부활하신 분이 거기에 계신다.
2014. 3. 16 사순절 둘 째 주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