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아들과의 만남
2천년대 초, 스위스 사람과 결혼하여 사시는 자매님 한 분을 만날 일이 있어, 쮜리히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자매님은 교통 사고로 15살 된 작은 아들을 천상으로 보낸지 1년 남짓 되었던 것 같아요.
신앙심이 대단히 깊었던 자매님은 아들을 천상으로 보낸 슬픔을 신앙 안에서 정말 훌륭하게 승화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들과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 자매님은 귀가 번쩍 뜨일 이야기를 들려 주었어요.
어느 날 남편이 아들 묘지에 다녀와서는
"오늘 루카와 얘기하고 왔어"라고 그러더랍니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 그 소릴 듣고남편에게 고개를 확 돌리며
"무슨? 루카와 어떻게 얘기를 해?"라고 물었다는 거지요.
그랬더니 남편이 묘지 앞에 앉아 살아 있을 때처럼 얘기했다는 거에요.
저는 그 정도로 들었고 더 묻지도 않았지만,
제 추측에 아마도 그 남편이 추억에 잠겼었던 것 아니었을까?
묘지 앞에 앉아 있자니 자연스럽게
아들이 살아 있을 때 주고 받았던 대화들이며 장난 등 이런저런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겠지요.
그 추억 속에서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고,
아버지 목을 끌어 안고 장난하던 모습도 떠올랐을 것이며,
정겹게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회상이 되었겠지요.
그렇게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아들이 살아 있을 때처럼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니었을까!
제게는 이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로마에서 잘 하지도 못하는 이탈리아 말과 씨름하면서 공부하느라
스위스의 이 부자지간의 이야기는 까마득히 잊혀졌지요.
그러다 약 4~5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로마에 돌아온 다음날,
루카 아빠의 이야기가 불현듯 스치 지나가,
저 또한 아버지를 회상하며 부활하신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