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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2026년 9월 25일 금요일 아니마또레 평화기도 학교 말씀 기도

by 고도미니코 posted Sep 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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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추석)
✝️ 오늘의 복음 말씀 묵상 ✝️
루카 12,15-21 (한가위 미사)
한가위 미사에서 교회가 들려주는 복음입니다.
풍성한 수확을 감사드리는 날에
곳간을 늘린 부자의 이야기를 읽습니다.
이 배치가 처음에는 뜻밖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주 정확한 자리입니다.
이 비유에서 눈여겨볼 것은
부자가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남의 것을 빼앗지도, 속이지도 않았습니다.
복음은 그저 ‘그의 땅에서 많은 소출이 났다’고 적습니다.
농사가 잘된 것입니다. 그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는 성실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곳간을 헐고 더 큰 것을 지으려 계획할 만큼 부지런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그의 혼잣말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드러납니다.
‘내가 수확한 것’, ‘내 모든 곡식과 재물’,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네가 쌓아 두었으니’.
짧은 대목 안에 ‘나’와 ‘내 것’이 거듭 나옵니다.
그리고 끝까지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습니다.
하느님께도, 이웃에게도, 일꾼에게도.
혼자 묻고 혼자 답합니다.

성 대 바실리오가 이 비유를 두고 강론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곳간을 지을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의 배를 곳간으로 삼으면 되지 않느냐고.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네가 쌓아 둔 빵은 굶주린 이의 것이고,
옷장에 걸린 옷은 헐벗은 이의 것이라고.

그러니 이 비유의 요점은 재산 자체가 아니라
‘닫힌 마음’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이 그 마음을 깨뜨립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여기서 ‘되찾아 간다’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 받으신다는 것입니다.
목숨은 본디 그분의 것이었고 잠시 맡겨진 것이었습니다.
부자는 곡식은 제 것이라 여겼고,
목숨까지 제 것인 줄 알았습니다.
한가위의 참뜻이 바로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이날 우리가 하는 일을 헤아려 봅니다.
먼저 거두게 하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씨를 뿌린 것은 사람이지만 자라게 하신 분은 따로 계십니다.
다음으로 조상을 기억합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 가운데 내가 처음 만든 것은 없습니다.
땅도, 이름도, 신앙도 물려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나눕니다. 송편을 빚어 이웃과 주고받습니다.
곧 한가위는 ‘내 것’이라는 말을 세 번 무너뜨리는 날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조상 앞에서, 이웃 앞에서 말입니다.

문화 주간의 눈으로 보면
한가위는 감사가 문화가 된 모습입니다.
감사는 마음속에만 있으면 곧 흐려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음식으로, 노래로, 춤으로, 예절로.
송편을 빚는 손과 강강술래를 도는 발이
감사를 몸에 새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명절의 수고로움도 다시 볼 만합니다.
다만 그 수고가 어느 한 사람에게만 몰리지 않도록
함께 나누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남은 몫입니다.
그리고 오늘 고향에 가지 못한 이들을 기억합니다.
실향민과 이주 노동자, 홀로 계신 어르신,
병상에 있는 이와 일터를 지키는 이들 말입니다.
보름달은 그분들 위에도 똑같이 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거두게 하신 분께 감사드리는가?
내 혼잣말에 ‘나’와 ‘내 것’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가?
내가 늘려야 할 곳간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 내가 기억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주님,
거두게 하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곳간을 늘리는 대신 손을 열게 하시고,
먼저 가신 분들과 오늘 외로운 이들을 함께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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