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8,19-21
짧지만 마음을 흔드는 복음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밖에서 그분을 찾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들이다.”
얼핏 성모님을 밀어내시는 듯 들리지만, 정반대입니다.
성모님이야말로 ‘말씀을 듣고 실행한’ 첫 번째,
가장 위대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천사에게서 말씀을 들으시고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하고 응답하셨으며,
평생 그 말씀을 ‘마음에 새겨 간직하며’ 살아 내셨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을 물리치신 것이 아니라,
성모님을 비롯한 모든 참된 가족의 ‘조건’을 밝히신 것입니다.
바로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성 대 바실리오가 강조했듯,
말씀은 ‘귀’에서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들은 말씀이 손과 발에까지 이르러 ‘행동’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한 가족이 됩니다.
듣기만 하고 행하지 않는 신앙은 열매 없는 나무와 같습니다.
바로 여기에 ‘문화 주간’을 위한 소중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문화 ― 음악·미술·시·독서 ― 는 자칫
‘감상하고 소비하는 것’에 그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좋은 책을 읽고, 명화를 보고도
삶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가족처럼 문 ‘밖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복음을 ‘읽기만’ 하고 ‘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듣고 읽은 그 말씀과 아름다움이 삶으로 옮겨질 때,
우리는 문 ‘안으로’ 들어가 그분의 가족이 됩니다.
머리에 머무는 문화는 메마르고,
삶이 되는 문화는 열매를 맺습니다.
성시간의 ‘고요한 들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페테리스 바스크스가 노래하듯,
‘침묵의 열매는 기도… 마침내 봉사와 평화’입니다.
고요히 ‘듣는’ 데서 시작해 ‘실행(봉사·평화)’으로 여물어야
그 들음이 참된 열매가 됩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말씀을 ‘듣기만’ 하고 문 밖에 서 있지 않은가?
나는 감상한 아름다움을 ‘삶(실행)’으로 옮기는가?
나는 성모님처럼 ‘듣고 그대로 사는’ 사람인가?
나의 신앙과 문화는 ‘열매’를 맺고 있는가?
주님,
말씀을 귀로 듣는 데 그치지 않게 하소서.
들은 말씀을 손과 발로 실행하게 하시어,
성모님처럼 당신의 참된 가족이 되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