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협주곡 속에 여무는 가을 2
여름을 보내면서 가을이 되고,
푸름을 내려놓으면서 황금빛을 품으며,
차가운 이슬을 견디면서 알곡을 채워가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탄식은
오래도록 혼자 품어온 그리움의 옷자락을 붙잡고,
그리움은 또 다른 그리움을 불러
푸른 새벽 공기 속에서 말없이 마주 앉습니다.
서로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끝내 닿지 못하고,
스치듯 얽히며 차오르던 애절한 고백은
마침내 어떤 말로도 옮길 수 없는 곳에 이르러
더 깊은 침묵이 됩니다.
어쩌면 슬픔은
끝까지 말하고 난 뒤에 남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첼로의 마지막 숨결이
새벽 공기 속으로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합니다.
음악은 끝났는데
어딘가에서는 아직 음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들녘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
벼 끝에 매달린 마지막 이슬 속에서,
조금씩 밝아오는 창가에서,
그리고 아직 다 보내지 못한 것들을 품고 있는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그렇게 가을은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천천히 익어갑니다.
그래서 가을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푸른 것들의 가장 깊은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시작되고,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조금씩 익어가다가
어느 날 문득 제 빛깔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슬픔마저 오래 품으면 맑아질 수 있다는 듯,
그리움마저 끝까지 견디면 기도가 될 수 있다는 듯,
아직 풋풋하고
조금은 쓸쓸하며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가을 아침 하나가
저 시린 들녘 끝에서부터
아주 천천히,
내 마음 안으로
걸어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