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5,1-11
예수님의 첫 명령은 뜻밖입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라.”
시몬은 밤새 헛수고를 한 지친 어부였습니다.
자기 경험으로는 ‘지금 그물을 내려도 소용없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자기 계산을 넘어, ‘말씀대로’ 순종한 것입니다.
성모님의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와 닮았습니다.
그러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고기가 잡힙니다.
이 넘치는 은혜 앞에서 베드로의 반응은
교만이 아니라 ‘깊은 자기 인식’이었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풍요가 도리어 그의 ‘참모습’을 비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영적 성찰입니다.
하느님의 큰 은혜 앞에 설 때,
우리는 비로소 ‘꾸며진 나’가 아니라
‘참된 나, 작고 죄 많은 나’를 정직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정직함이야말로 부르심의 문이 됩니다.
주님께서는 그 베드로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가 즐겨 새겼듯,
주님께서는 ‘완벽한 이’가 아니라
‘자기 작음을 아는 이’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오늘 기리는 성 대 그레고리오가
바로 이 부르심을 산 사람입니다.
그는 ‘깊은 데로’ 저어 나간 목자였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깊은 곳으로(먼저 그들을 먹이고),
영혼의 깊은 곳으로(〈사목 지침〉으로),
그리고 먼 이방의 깊은 곳으로(잉글랜드 선교) 나아갔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하느님의 종의 종’으로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깊은 데로 나아감’과 ‘낮은 종 됨’ ―
이 둘이 한 사람 안에 있었습니다.
영적 성찰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은 두 가지로 우리를 부릅니다.
‘얕은 물가’에 머물지 말고 ‘깊은 데로’ 나아가라는 것,
그리고 은혜 앞에서 ‘참된 나’를 정직히 보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신앙의 ‘얕은 물가’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가?
나는 내 계산을 넘어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는가?
나는 은혜 앞에서 ‘참된 나’를 정직히 보는가?
나는 ‘작음을 아는’ 자리에서 부르심에 응답하는가?
주님,
얕은 물가에 머물지 않고 깊은 데로 나아가게 하소서.
제 계산을 넘어 ‘말씀대로’ 순종하게 하시고,
은혜 앞에서 참된 저를 정직히 보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