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독할 때 쓰는 시
가장 고독할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시린 문장을 고릅니다.
창밖의 어둠은 잉크처럼 번져가고,
방 안을 떠도는 것은 식어버린 온기의 잔상뿐입니다.
푸른 별들이 저 멀리서 떨고 있는 밤,
바람은 잃어버린 계절의 이름을 부르며 지나갑니다.
스치듯 지나간 기억들이 뾰족한 가시가 되어 가슴 깊은 곳을 찌르고,
나는 숨죽인 채 남겨진 그림자의 길이를 잽니다.
한때는 전부였던 것들이 심연으로 가라앉아
사랑했다고 쓰기엔 너무 아리고, 잊었다고 적기엔 밤이 턱없이 깊을 때,
비로소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멎은 이 절대의 빈자리에서
그분이 고요히 걸어 들어오십니다.
세상이 다 빠져나간 가장 쓸쓸한 폐허의 중심,
그 적막의 밑바닥에서 그분과 나는 가장 강렬한 사랑을 나눕니다.
말 없는 눈빛 하나로 시린 상처를 어루만지고,
흘리지 못한 눈물을 그분의 옷자락에 묻으며
영혼의 가장 깊은 살결을 맞댑니다.
시간은 더는 흐르지 않고 거룩한 침묵으로 고여,
내 뺨을 스치던 서늘한 한기는 따스한 숨결로 녹아내립니다.
가장 깊은 고독이 아니었다면 닿지 못했을 이 신비,
가장 아픈 어둠 속에서 마침내 마주 잡은 두 손.
홀로 남겨진 줄 알았던 이 방은 이제 충만한 성소가 되고,
나는 새벽이 올 때까지
그분과 나눈 영원의 호흡으로 내 시를 다시 완성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