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영적 여정 6. 기도가 삶이 될 때
살아 있는 복음이 되다.
기도의 가장 아름다운 완성은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가 기도가 되는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참된 기도는 일정한 시간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침묵 속에서 시작된 기도는 하루의 모든 순간으로 흘러가고, 예배 안에서 시작된 사랑은 이웃을 향한 작은 몸짓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기도의 마지막은 언제나 삶이며, 삶의 가장 깊은 중심에는 언제나 기도가 숨 쉬고 있습니다.
토마스 첼라노는 성 프란치스코를 두고 "그는 기도하는 사람이라기보다 기도 자체가 된 사람이었다."고 기록합니다. 이 짧은 표현은 프란치스코 영성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입니다. 그는 기도와 일을 구분하지 않았고, 관상과 활동을 나누지 않았으며, 성당 안에서 만난 하느님과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을 서로 다른 존재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의 삶은 하나의 흐름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받은 사랑이 사람들에게 흘러가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하느님께 감사로 돌아가는 사랑의 순환이었습니다.
기도가 삶이 되기 시작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이전에는 성공과 실패로만 보이던 일들이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고, 이전에는 귀찮은 의무처럼 느껴졌던 만남이 은총의 시간이 됩니다. 기다림은 인내를 배우는 학교가 되고, 실패는 겸손을 배우는 자리로 변하며, 상처는 연민을 배우는 문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삶에서 아무것도 헛되게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특별한 곳에서만 하느님을 찾지 않습니다. 아침 햇살이 창을 비추는 순간에도, 형제와 함께 식탁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병든 이를 돌보는 손길에서도, 들꽃 한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도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봅니다. 세상은 더 이상 거룩함을 방해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끊임없이 드러내시는 거룩한 장소가 됩니다.
프란치스코가 모든 피조물을 형제와 자매라고 불렀던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시인의 감성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의 눈이었습니다. 기도는 존재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 눈이 열릴 때 태양은 단순한 별이 아니라 창조주의 따뜻함을 전하는 형제가 되고, 물은 갈증을 해소하는 자원을 넘어 생명을 나누는 자매가 되며, 가난한 이는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얼굴이 됩니다.
그러므로 기도의 성숙은 체험의 강도가 아니라 사랑의 깊이로 드러납니다. 오래 기도한 사람이 아니라 오래 사랑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며, 많은 신비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하느님의 마음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갈수록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욱 깊이 품게 되는 것이 참된 기도의 열매입니다.
이러한 삶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그리스도를 빚어 가실 때 비로소 가능한 삶입니다. 성령은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의 생명과 이어 주시고, 우리의 작은 사랑을 그리스도의 사랑에 참여하게 하시며, 우리의 연약함 안에서도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나게 하십니다. 그래서 기도는 무엇인가를 해내려는 의지가 아니라 성령께 자신을 맡기는 신뢰입니다.
결국 프란치스칸 기도의 목표는 높은 신비 체험을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통하여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베들레헴에서 한 번 태어나셨다면, 오늘은 우리의 삶 안에서 다시 태어나셔야 합니다. 우리의 손이 그분의 손이 되고, 우리의 발이 그분의 발이 되며, 우리의 입술이 위로와 용서의 말씀을 전할 때, 육화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는 현재의 사건이 됩니다.
이것이 프란치스코와 클라라가 우리에게 남긴 기도의 유산입니다. 기도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사다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통하여 세상으로 흘러가는 통로입니다. 그리고 그 통로가 막히지 않을 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복음이 되고, 우리의 존재는 살아 있는 성전이 되며, 우리의 삶은 말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가장 아름다운 설교가 됩니다.
이제 우리는 기도의 방법을 배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삶 전체가 하느님께 대한 응답이 되고, 우리의 모든 관계가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며, 우리의 하루하루가 복음을 살아 내는 거룩한 전례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프란치스코가 걸었던 그 길, 곧 기도가 곧 삶이 되고 삶이 곧 찬미가 되는 길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