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복음 말씀 묵상 
마태 13,24-43
주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세 가지 비유로 그리십니다.
가라지와 함께 자라는 밀,
작디작은 겨자씨,
그리고 반죽을 부풀리는 누룩입니다.
셋 모두
‘작고 더딘 것 속에 감춰진 큰 힘’을 노래합니다.
성 예로니모는
먼저 ‘가라지를 당장 뽑지 말라’는 말씀에 주목합니다.
밀과 가라지는 처음엔 너무 닮아
성급히 뽑으려다 밀까지 상하게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수확 때까지 기다리라 하십니다.
이는 악을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라,
최종 심판은 하느님의 몫이니
우리는 섣불리 단죄하지 말고
인내로 좋은 밀을 키우라는 부르심입니다.
이어 겨자씨와 누룩입니다.
예로니모는 여기서
복음의 ‘숨은 힘’을 봅니다.
겨자씨는 가장 작지만 새들이 깃드는 나무가 되고,
누룩은 눈에 보이지 않게 반죽 전체를 부풀립니다.
복음도 그러합니다.
요란하게 세상을 뒤엎는 것이 아니라,
작게 숨어들어 안에서부터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문화 주간의 관점에서 보면
이 누룩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자리를 보여 줍니다.
누룩은 반죽 밖에 따로 있지 않습니다.
반죽 속에 ‘파묻혀’ 제 모습을 잃는 듯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반죽 전체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그리스도인도 문화 밖에서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 속에 들어가
진선미로 그것을 안에서부터 부풀리는 누룩입니다.
성체를 모신 우리는
바로 그 누룩으로 세상에 보내집니다.
내가 머무는 작은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선과 아름다움을 키워 가는 것 ―
그것이 하늘 나라가 자라는 방식입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밀과 가라지를 성급히 단죄하려 하지는 않는가?
나는 작고 더딘 것 속의 ‘숨은 힘’을 믿는가?
나는 문화 밖에서 손가락질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내 자리에서 ‘누룩’으로 스며들고 있는가?
주님,
성급히 단죄하지 않고 인내로 좋은 밀을 키우게 하소서.
작은 겨자씨와 누룩 같은 신앙을 주시어,
제가 머무는 문화 한가운데에서
진선미로 세상을 부풀리는 누룩이 되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