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2,14-21
바리사이들이 그분을 없앨 모의를 하자,
주님께서는 맞서 싸우지 않으시고 조용히 물러가십니다.
그러면서도 따라온 이들을 모두 고쳐 주시고,
당신을 드러내지 말라 이르십니다.
힘과 위세를 과시하는 대신,
낮고 조용한 자리에서 약한 이들을 돌보시는 것입니다.
복음은 여기서 이사야의 ‘주님의 종’ 노래를 떠올립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부러진 갈대는
이미 꺾일 대로 꺾여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이고,
꺼져 가는 심지는
믿음이든 희망이든 가물가물 사위어 가는 마음입니다.
세상은 그런 것을 ‘이제 버리라’ 하지만,
주님께서는 도리어 그 곁에 무릎을 꿇으십니다.
성 암브로시오는
바로 이 ‘부드러움’에서 그리스도의 힘을 봅니다.
그분은 갈대를 마저 꺾어 치우지 않으시고
두 손으로 받쳐 세우시며,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고
입김을 불어 다시 살리십니다.
암브로시오는 말합니다.
참된 올바름(정의)은
약한 것을 짓밟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을 끝까지 살려 내며 이루어진다고.
아낌 주간을 마무리하며 보면
이 말씀은
한 주간 배운 아낌의 가장 깊은 자리를 보여 줍니다.
씨앗과 물 한 잔, 받은 은총을 아끼는 것을 넘어,
이제는 ‘부러진 갈대’ ― 곧 가장 약하고 부서진 사람과 생명 ― 을
끝까지 아끼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그 갈대 하나를 꺾지 않는 손길이,
세상을 회복시키는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오늘 우리는 조용히 묻습니다.
나는 ‘쓸모없다’ 여겨 누군가를 꺾어 버리지는 않는가?
내 안의 ‘꺼져 가는 심지’를 주님께 내어 맡기는가?
나는 약한 것을 짓밟아 ‘옳음’을 세우려 하지는 않는가?
나는 부러진 갈대 곁에 무릎 꿇을 줄 아는가?
주님,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으시는 당신을 닮게 하소서.
제 안의 꺼져 가는 심지를 다시 살려 주시고,
가장 약하고 부서진 이를 끝까지 아끼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