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을 파견하시는 주님께서는 어제 여러 당부에 이어
오늘은 사람들을 조심하고, 환난은 각오하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래서 저는 오늘 왜 조심해야 할까?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여기에 생각을 집중해봤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보통 조심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지,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니 뭔가 다른 것이 있는지 그것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보통 사람을 조심하라고 할 때는 부정적인 뜻이 있잖습니까?
예를 들어 남자는 늑대요 여자는 여우라는.
믿을 놈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 저도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하느님처럼 믿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뜻에서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씀은
사람을 하느님처럼 믿는 것을 조심하고,
조심하지 않는 것을 조심하라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조심하지 않는 것도 조심해야 하지만
너무 조심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이고,
너무 조심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조심이 지나치거나 부정 일변도가 되면 그런 조심은
소심과 다를 바 없는 나쁜 조심이기에 아니함만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조심이 그런 것일 리 없고,
조심이란 말 자체도 원래는 그렇게 나쁜 뜻이 아닙니다.
조심(操心)이라는 말의 조 자에 동사적으로 ‘잡다,’ ‘쥐다,’ ‘조종하다,’의 뜻이 있고,
명사적으로 ‘깨끗이 가지는 몸과 굳게 잡은 마음’이라는 뜻이 있듯이
말 자체는 좋은 뜻이며 그 반대말인 방심(放心)과 비교하면 더더욱 좋은 뜻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마음을 먹다, 마음을 잡다.’라고 할 때의 그 뜻으로서
방심하고 있다가 뭘 어떻게 하기로 마음을 먹는 것이요 마음을 잡는 것이며,
내 마음을 풀어놓아 마음이 마음대로 막 날뛰지 않도록
코뚜레를 잡고 소를 부리듯 내 마음을 잡고 조종하는 것이요
그럼으로써 내가 진정 내 마음의 주인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옳게 사람을 조심하면 사람을 너무 믿어 실수하는 일도 없겠지만
옳은 일을 할 때 너무 걱정하지 않고,
남의 눈치를 보며 하지 않고
두려워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거나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걱정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로지 하느님을 잃는 것 그것만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오로지 하느님을 잃지 않도록 그것만 조심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소심하지만 않으면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이것을 마음에 새기며 그러기로 마음먹는 오늘 우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