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주님의 거룩한 마음을 기리고 난 다음 날에
성모님의 깨끗한 마음도 기리는데 오늘 저는 깨끗하심에 대해
다른 때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보통 깨끗한 마음이라고 하면 마음 안에 지저분한 것들,
예를 들면 욕심 같은 것이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신앙적인 관점에서는 달라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이렇게 얘기해도 충분하겠지만
신앙적인 관점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복음의 다른 곳에서 주님께서 이런 비유를 드신 적이 있지요.
어느 집에 죽치고 있던 악령이 떠났다 다시 돌아오니
집이 깨끗이 치워진 채로 비어있었고 그래서 그 악령이 다른 악령들을
더 많이 데리고 오자 그 비어있던 집은 복마전으로 바뀐다는 얘깁니다.
이 비유에서 주님께서 명시적으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지만
악령이 나가고 깨끗이 비어졌다면 성령을 모셔 들임으로써
성전이 되어야 하는데 더 많은 악령이 들끓는 복마전이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도 같은 뜻일 것입니다.
마음 안에 잡동사니나 티가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나 깨나 하느님 말씀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마리아가 자나 깨나 하느님의 말씀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은
성령의 정배였기 때문이고 그래서 삼종 기도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오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도다”
그런데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한 말을 지금 우리는 하느님 말씀이라고 믿고, 그 말의 뜻이 뭔지도 알지만, 당시의 마리아는 믿기도 알아듣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도 마리아는 그 말을 바로 마음에서 밀어내지 않았고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아들 예수의 알아들을 수 없는 행동과 말을 마음 안에 간직하였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그러니까 마리아는 깨끗한 마음일 뿐 아니라 간직하는 마음입니다.
사실 다른 수많은 말을 비어내고 하느님 말씀만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들은 말씀을 마음속에 계속 잘 간직하여 완성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우리도 이것을 본받아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는 순간 깨끗한 마음으로 있다가
냉큼 모셔 들이는 것도 본받아야 하지만
들은 말씀을 영원히 간직하는 것을 본받아야 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히 가야 하기에,
다시 말해서 먹었다가 바로 뱉어내는 것이 아니어야 하기에
우리에게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영원히’가 더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