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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성사는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는 분의 혁명적 사건입니다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Jun 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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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성사는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는 분의 혁명적 사건입니다

 

우리가 바뀌어서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가 바뀔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몸이며 쏟는 피이다.” 성체성사는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는 분의 혁명적 사건입니다

 

먼저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혁명은 성체성사의 신비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흔히 생각합니다. 내가 더 착해지면, 더 거룩해지면, 더 많이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나를 더 사랑하실 것이라고. 그러나 복음은 정반대를 말합니다. 우리가 바뀌어서 하느님께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사랑받기 때문에 내가 바뀌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의 선행에 대한 보상이 아니며, 우리의 완성에 대한 칭찬도 아닙니다. 그 사랑은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아직 부족하고 미성숙했을 때, 아직 제대로 사랑할 줄도 몰랐을 때 이미 먼저 다가온 사랑입니다.

 

성체성사는 바로 그 사랑의 가장 혁명적인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을 버리고 도망갈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베드로가 세 번 부인할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유다가 당신을 팔아넘길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님은 조건을 내걸지 않으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끝까지 충실히 따르면 내 몸을 내어주겠다." 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당신을 떠날 사람들에게조차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충격입니다. 성체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니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은총입니다.

 

성체는 완전한 사람들의 식탁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이 치유받는 식탁입니다. 성체는 거룩한 사람들의 특권이 아니라, 거룩하게 되도록 초대받은 사람들의 양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체 앞에서 자신의 공로를 자랑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놀랄 뿐입니다. "주님, 어떻게 이런 저를 사랑하십니까?" 그 놀라움이 감사가 되고, 감사가 변화가 되며, 변화가 사랑이 됩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얻지 못한다."는 말씀은 단순히 성체를 받아 모시라는 명령이 아니라, 먼저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라는 초대입니다. 그 사랑을 먹고 마실 때 우리는 조금씩 그분을 닮아 갑니다.

 

판단하던 사람이 이해하게 되고, 미워하던 사람이 용서하게 되며, 붙들고 있던 사람이 놓아주게 되고, 높아지려 하던 사람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것이 성체성사의 열매입니다. 프란치스칸의 눈으로 바라보면 성체는 하느님의 끝없는 겸손입니다. 창조주께서 빵이 되시고, 전능하신 분께서 한 조각 음식이 되시며, 높으신 분께서 우리 안에 머무시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시는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성체를 모신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성체를 받아 모신다는 것은 빵이신 그분이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나 또한 형제들을 위하여 내어주는 빵이 되도록 허락하는 것입니다. 결국 성체성사의 가장 깊은 의미는 이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가 존재하게 되었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가 변화될 수 있으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가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성체는 그 사랑의 기억이 아니라 그 사랑의 현존입니다.

 

오늘도 그분은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이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받아들인 사람은 마침내 자신도 세상을 향해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이 몸은 형제들을 위하여 내어주는 몸입니다. 이 삶은 사랑을 위하여 흘려지는 삶입니다." 그때 성체는 제대 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관계 안에서 살아 있는 복음이 됩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의 생명을 내 안으로 모시는 신비입니다. 그분의 살을 먹고 그분의 피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거룩한 예식을 행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분의 삶의 방식, 그분의 사랑, 그분의 내어줌,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내 존재 안에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세상이 주는 만족으로는 인간의 깊은 허기를 채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빵을 먹고도 다시 배고프고, 물을 마시고도 다시 목마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성체를 모신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내 안에 들어오시는 분임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분의 몸처럼 부서지고, 그분의 피처럼 흘러 누군가의 생명이 되도록 초대받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받아먹는 사랑이며 머무는 사랑이며, 나누어지는 사랑입니다.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이미 영원한 생명을 맛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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