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복음 말씀 묵상 ✝️
요한 15,9–11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그리고 이어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히십니다.
이 말씀은
사랑과 계명, 머무름과 기쁨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에게 사랑은 단지 따뜻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 안에 끝까지 머무르는 충실함입니다.
계명도 차가운 법이 아니라
사랑 안에 머무르게 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 순종한다는 것은
사랑에서 멀어지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 안에 더 깊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그리스도의 계명이 무거운 짐처럼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랑의 관계를 지키는 생명의 길로 주어졌다고 보았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억누르기 위해 계명을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 안에 머물고
그 사랑을 잃지 않도록 길을 열어 주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순종은 두려움의 굴복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응답입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님의 뜻을 억지로 참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뜻 안에서 자기 삶의 참자리를 찾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중심은
“머무름”입니다.
사랑은 한순간의 열정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머물러야 하고,
지켜야 하고,
견뎌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무르셨고
그 머무름 안에서 끝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기분이 좋을 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치고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순간에도
사랑 안에 머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바로 거기에 회복이 있습니다.
돌봄 주간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은 돌봄의 깊이를 보여 줍니다.
돌봄은
잠깐 관심을 보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대가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있어 주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흔들릴 때
곧바로 판단하거나 떠나지 않고,
그가 다시 중심을 찾을 때까지
곁을 지켜 주는 것,
그것이 사랑의 돌봄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십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합니다.
주님의 기쁨은
쉽게 들뜨는 기분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무르며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데서 오는 기쁨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기쁨은
편안함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 안에 충실할 때,
헌신 안에서 자신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더 깊은 기쁨이 자랍니다.
오늘 목요일 성모님의 날에
우리는 마리아를 바라봅니다.
성모님은 사랑 안에 머무는 분이셨습니다.
말씀을 온전히 다 이해한 뒤에만 따르신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길 앞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머무르셨습니다.
그 머무름 안에서
성모님은 가장 깊은 헌신과 가장 깊은 기쁨을 사셨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청합니다.
주님,
제가 쉽게 흔들리고 쉽게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오늘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고 있는가?
아니면 감정과 상황에만 휘둘리고 있는가?
나는 계명을 사랑의 길로 받아들이는가,
아니면 부담으로만 여기고 있는가?
나는 누군가를 돌본다고 하면서
실은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충실한 사랑과 충만한 기쁨을 함께 주십니다.
주님,
제가 당신 사랑 안에 머무르게 하시고
상황보다 사랑을,
조급함보다 충실함을 선택하게 하소서.
당신의 계명을 무거운 짐이 아니라
사랑의 길로 받아들이게 하시고
헌신 안에서
충만한 기쁨을 살게 하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