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저에게 알려 주시어 제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한 어린양 같았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를 없애려고 음모를 꾸미는 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예레미야서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한 어린양에 대해 얘기하는데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앞당겨 얘기하는 것입니다.
어린양은 어떤 존재입니까?
순하고 순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악을 모릅니다.
그래서 악한 짓을 꾸며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자기에 대해 음모를 꾸며도 눈치채지 못하는 숙맥입니다.
여러분은 숙맥이 뭔 뜻인지 아십니까?
원래는 불능변숙맥(不能辨菽麥) 곧 콩과 보리도 구별할 줄 모른다는 뜻의 말이지만
숙맥이라고 줄여 쓰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어린양은 세상사 측면에서는 너무도 순진하여 칼을 들고 오는 데도
자기를 죽이려고 오는 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완전히 무지입니다.
그런데 어린양이 세상사에 대해 모르고 악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여
자기 목자도 모르고 아버지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사에 대해서는 숙맥이지만 하느님 나라 신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악에 대해서는 악인들보다 잘 몰라도 선과 선하신 하느님에 대해선 더 잘 압니다.
어제 독서 지혜서는 악인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지요.
“그들의 악이 눈을 멀게 하여 그들은 하느님의 신비로운 뜻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주님께서는 당신이 너무도 잘 아시는 하느님을
지도자들은 율법을 안다는 것 때문에 모르고 그래서 그분이 보내신 당신을
오히려 죽이려고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아무튼 어린양은 세상과 세상의 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하느님과 하느님의 신비로운 뜻은 잘 알고 그 뜻에 순히 따릅니다.
순진할 뿐 아니라 어린양은 순합니다.
어린양이 순하다는 것은 물론 하느님의 뜻에 순한 것이기에
희생양이 되라는 하느님 뜻에 거역하지 않고 순히 따릅니다.
그렇다면 희생양이 되라는 하느님 뜻에 순히 따른 어린양은
우리가 볼 때 불쌍한데 어린양 자신은 어떨까요?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불행해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희생양이 되신 우리의 어린양께서 행복하실까? 불행하실까?
이런 것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큰 잘못이고 잘못을 넘어 불경일 것입니다.
주님께 슬픔과 기쁨,
괴로움과 즐거움,
행복과 불행은 없을 것입니다.
그저 사랑만이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