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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by 김명겸요한 posted Nov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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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러운 골목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길가에 앉아 매일 구걸을 하던 눈먼 이는, 상황을 볼 수는 없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름을 느끼고 그 이유를 묻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

 매일 길가에 앉아 있던 그였기에, 길을 지나다니는 여러 종류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고, 그들에게서 예수님에 대해서 자주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조금씩 키워왔습니다. 그렇게 기다려왔던 그분이 내 앞을 지나가십니다.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 당시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건강은 하느님의 복이고, 질병은 하느님의 벌이라고. 그렇기에 볼 수 없음, 인간의 힘으로 치유될 수 없음은, 용서 받기 힘든 죄를 지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없이는 죄를 용서 받을 수 없고, 다시 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볼 수 없음이 불편함을 주는 만큼, 그는 더욱 보고 싶었고, 그만큼 그는 간절하게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어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복음은 그가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외쳤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예수님은 그의 소원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아니 누가 봐도, 그의 소원이 무엇일지 쉽게 알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물으십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것은 단순한 소원, 그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믿음과 희망을 조금씩 키워왔습니다. 처음에는 돈이나 먹을 것을 구걸하기 위해서 길가에 앉기 시작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다른 것을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앞을 볼 수 없기에,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행동할 수 없기에, 집 안에만 앉아 있으면, 예수님께서 지나가셔도 만날 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길가에 앉아서 예수님께서 지나가시길 그 누구보다 더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분이 내 앞에 오셨고, 나에게 물으십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당신만이 나를 다시 볼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당신만이 나에게 다시 새롭게 빛을 줄 수 있습니다. 당신만이 나를 이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시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세상 창조의 순간에 말씀을 통해서 세상에 빛이 생겨나듯, 말씀이신 그분을 통해서 그 눈먼 이는 다시 빛을 얻습니다. 빛을 다시 얻음, 그것은 생명을 다시 얻음을 뜻할 것이고, 생명을 다시 얻음은 성경이 이야기 하는 구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내 마음이 어둠 속에 있을 때, 세상에 빛이 있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나는 할 수 없어'를 외치기도 합니다.

 복음에 나오는 눈먼 이에게 있어서, 길가에 앉아 구걸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을 것이고, 구걸을 한다고 해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예수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 때문에, 그 어려움에도 오늘도 길가에 앉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빛이 있다는 것을 그는 믿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는 빛을 만났습니다.

 세상에 빛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빛을 통해 생명을 받았고, 또 생명을 받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 어둠이 있어도, 그 어둠을 밝혀줄 수 있는 빛이 있음을 잊지 말고, 그 빛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하루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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