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만이 소리내는 신령한 악기 되어...
하루의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하루를 뜬눈으로 맞으면서
무위의 최면에 결려 내 잠시 다른 궁리에 눈감았을 양이면
이내 몇 갑절의 가책과 회오에 온 몸을 부딪는다.
내 주님이 계신 양지,
님의 눈길이 환한 그 땅에
나 어서 돌아가야지,
꽃 여울같이 찬연한 뉘우침을 길게 끌며
나는 신의 그늘에 습관처럼 돌아온다.
내 한사코 님에게 다가가야지,
우수와 좌절의 파도를 넘어
기름처럼 진득거리는 오열의 긴 회랑도 지나서,
아아 천지의 가슴아픈 이별도 헤쳐가며
님에게 더욱 나아가야지.
혼자의 내부에서처럼 유순히 합치게 될
둘의 찬미,
둘의 감사,
드높은 합창 같은 심성을 드높인다.
하지만 가장 안정된 율조로 나직하고 겸허하게
안으로 안으로만 이루어지리라
죄의 사함 같이
그 은총이 무거운 주님의 허락,
비로소 내려주실 황송한 단안이다.
님을 따라가면 영감이 샘솟는 골짜기에도 쉽사리 다다른다.
부활하신 님의 영께서 나와 함께 계시는 그곳엔
신령한 샘물이 뿜어 나와
눈물보다 더 맑게 넘쳐흐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소리내는 신령한 악기,
아아 내 몸 전부로써 음악이 되어
낭랑히 분수에도 과한 시심과 송가를 울려낸다.
모든 것이 안정되고 따스해진다.
만상이 하나같이 꿈을 보듬고
마음놓고 확산하는 미와 생명의 맥동,
너그러워지고 서로 관용을 나누는 가운데 피차의 품격이 고조된다.
모든 것에 격조가 생긴다.
산수에도, 예술에도, 온갖 맹세와 약속,
옛날의 우수와 철학과 회상의 단편들에게도
유익한 버섯이 돋아나듯 높은 운치의 신기루가 서려 퍼진다.
둘이서 나누는 위로,
더 여럿이서 쪼개는 이해,
이때 하늘이 내리시는 화답이 온 누리에 쌓인다.
한 겨울 소리 없이 내리는 강설처럼...
진실로 말하면 주님의 거룩한 뜻을 벗어나선
우리의 영혼을 결코 키우지 못한다.
주님은 구원을 청할 때에만 우러르는 분이 아니고
우리의 애정을 바쳐드리기 위해 전폭적으로 찾게되는 그런 분이시다.
나에게 베푸신 사랑과 자비에 대한 응답으로
아무것도 내 것으로 남겨두지 않고 모두를 되돌려 드리는
그런 응답, 그런 가난, 그런 겸손으로 남아있기 위하여
님을 찬미하면서 이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