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들
마르코 7장과 마태오 5장을 따라 드리는 관계의 고백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님의 이 말씀이 오늘은 내 마음의 문 앞에 서서 조용히 나를 부르십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지를 너무 열심히 살폈습니다. 거짓이 없는 말, 행동의 단정함,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에 안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손을 씻지 않은 제자들을 두고 논쟁하는 이들 앞에서 시선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리십니다. 문제는 바깥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단호하면서도 자비롭게 드러내십니다.
주님, 당신의 말씀 앞에서 나는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습니다. 나를 더럽히는 것은 세상의 먼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정리되지 못한 마음임을 고백합니다. 탐욕과 자만에서 나온 생각들, 숨겨둔 계산기, 겉으로는 감춘 채 속으로만 키워 온 어리석음이 입술을 타고 흘러나와 당신과 나 사이의 공기를 흐리게 했음을 솔직하게 바라봅니다. 그 마음의 찌꺼기들이 말이 되어 튀어나올 때, 나는 관계 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묻습니다. 무엇을 먹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흘려보내고 있는가를. 무엇을 피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품고 살아왔는가를 당신 앞에서 살핍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이 말씀은 나를 정죄하기 위한 칼이 아니라 나를 씻기기 위한 빛임을 이제는 압니다. 밖의 예법으로 내 안을 덮으려 했던 나의 헛된 열심을 내려놓고, 내 안에서 솟구치는 시기와 분노, 말이 되기 전의 독한 마음을 정직하게 마주하게 하십니다.
주님, 나를 씻어내는 것은 완벽한 신앙의 형식이 아니라 내 작음을 인정하는 겸손의 눈물임을 당신의 말씀 안에서 배웁니다. 내가 옳음을 주장하는 대신 내가 부족함을 고백할 때, 그 자리에서 당신의 자비가 조용히 흐르기 시작함을 봅니다. 이제 믿음은 겉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악한 것들을 하루하루 걸러내어 당신에게 차가운 판단 대신 따스한 숨결을 전하려는 작은 실천이 됩니다. 당신이 머무를 자리를 비워 두는 이 평범한 반복이 복음을 사는 길임을 조용히 받아들입니다.
마비된 사람은? 무엇을 눈여겨 보지 않습니다. 약아빠진 사람은 고통 당하지 않고. 안락한 사람은 불평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슬픔과 아픔을 움켜잡는 힘을 키워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고통 앞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슬픔을 회피하지 못하며, 아픔을 대충 덮어둘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은 늘 조금 떨고, 늘 조금 아파하며, 늘 조금 느립니다. 마비된 사람은 아무것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타인의 고통도, 자기 안의 상처도 굳이 보려 하지 않습니다. 약아빠진 사람은 고통당하지 않는 법을 배웠고, 안락한 사람은 불평할 이유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그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굳히고, 아무것도 깊이 붙잡지 않기로 선택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전혀 다른 길을 가르치십니다. 피하지 않고, 마비되지 않고, 슬픔을 붙잡고도 무너지지 않는 이상한 힘을 우리 안에 키워 주십니다. 주님은 슬픔과 아픔을 억누르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정직하게 움켜쥐는 손을 조금씩 단단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고통은 더 이상 우리 안에서 썩어가는 독이 아니라 자비로 변형될 가능성이 됩니다.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은 모두 삶의 아픔을 피할 수 없었던 이들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그들은 현실을 감당하는 새로운 능력을 받았습니다. 주님! 나는 종종 고통을 피하는 지혜를 성숙이라 착각했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상처받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마비된 마음에서는 자비도, 참된 관계도 흘러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말씀은 내 마음을 다시 깨웁니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보지 않으려는 태도임을, 사람을 살리는 것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아픔을 견디는 겸손한 용기임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의 입구를 살핍니다. 무엇을 차단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바라볼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회피인지, 자기 보호인지, 아니면 고통을 통과한 자비인지를 당신 앞에서 가늠해 봅니다. 주님, 내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 더는 오염의 근원이 아니라 평화와 자유를 얻는 씨앗이 되게 하소서. 슬픔을 감당하는 힘, 아픔을 움켜잡는 견딤, 불의 앞에서 마비되지 않는 온유함이 관계 안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게 하소서. 이 평범한 하루, 나의 일상에서 겪는 불완전한 관계의 자리에서 당신의 선을 삶으로 드러내는 작은 사람으로 머물게 하소서. 고통을 피하지 않고, 고통에 무너지지 않으며, 고통 속에서도 당신의 나라를 바라보는 눈을 잃지 않게 하소서.
관계를 살리는 참된 믿음은 겉의 깨끗함이 아니라 마음의 낮아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율법을 지키는 손보다 자비를 흘려보내는 마음이 당신 나라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마주합니다. 내가 작아질수록 내 안의 탐욕은 침묵하고, 내가 낮아질수록 우리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평화가 고이기 시작합니다. 주님! 내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이 더는 오염이 아니라 은총의 통로가 되게 하소서. 내 안에서 나오는 가장 선한 것이 지친 이의 어깨를 말없이 어루만지는 복음의 손길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가 마주한 이 평범한 하루가 당신의 말씀이 관계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거룩한 자리가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