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출장 갔다 온 날
어제는 봄날이더니 오늘은 한겨울
오늘은 날씨 만큼이나 변덕스런 마음을 그려보았다
변덕도 사람이다 싶어 더 크게 웃음이 난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기상청도 포기할 만큼 예측이 안 된다.
아침에는 햇살처럼 활짝 웃으며 “오늘은 다 잘될 것 같아”
괜히 세상과 악수라도 할 기세더니,
점심을 먹고 나서는 숟가락 내려놓자마자 “음… 뭔가 허전한데?”
갑자기 인생 전체를 점검하기 시작한다.
아니, 아침에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그 마음은
대체 어디로 출장이라도 간 걸까.
이쯤 되면 마음이라는 존재는 주인과 상의 없이
자기 일정표를 따로 짜는 게 분명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또 어떠한가.
하늘이 유난히 파랗기만 해도 “세상 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가는 고양이 한 마리만 봐도 괜히 마음이 말랑해져
‘오늘은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지’ 결심까지 해버린다.
그러다 누가 “요즘 좋아 보이네요” 한마디 건네면,
갑자기 마음속에서 가난과 겸손이
정중하게 정장을 입고 나타나 “아유, 아닙니다요. 제가 뭘요.”
라며 과도한 예의를 차린다.
그럴 거면 아까 왜 그렇게 어깨에 힘을 줬는지
차분히 의자에 앉혀놓고 마음에게 따져 묻고 싶지만,
이미 그 마음은 다음 감정 회의하러 가고 없다. 참 바쁘다, 바빠.
마음은 늘 봄을 기다리는 줄 알았다.
고로쇠처럼 따뜻해지기만 하면
맑은 기쁨을 뚝뚝 흘릴 줄 알았는데,
때이른 홍매가 피었다고 “아, 이제 살겠다!” 괜히 들떠 있다가
갑자기 한파가 몰아치면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는
“세상이 원래 이렇지 뭐…” 갑자기 철학자가 된다.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봄 타령하던 마음이
이제 와서 겨울을 인생 탓으로 돌리다니,
이쯤 되면 변덕이 아니라 전문 직업으로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날씨가 하루에 사계절을 오가듯 사람의 마음도
따뜻했다가 차가웠다가 괜히 서늘해졌다가 갑자기 미안해진다.
어제는 그렇게 다정하더니 오늘은 괜히 말수가 줄고,
오늘은 무심한 척하다가 밤이 되면 또
“아까 그 말은 좀 심했나…” 혼자서 반성문을 쓴다.
정말이지 마음이라는 녀석은
사람이 아니라 계절에 더 가깝다.
그것도 봄·여름·가을·겨울이 한날한시에 회의하느라 정신없는 계절 말이다.
그런데도 이 변덕스러운 마음이 미워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 마음이 결국에는 늘 따뜻한 쪽을 기웃거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 잠시 머물러 주는 시선 하나,
별 뜻 없어 보이는 안부에도 꽁꽁 얼어 있던 마음이
“어, 아직 살 만하네?” 하며 슬그머니 녹아내리는 걸 보면,
참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 별것 같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마음의 변덕을 매번 단속하기보다
“그래, 오늘도 바쁘셨네요” 한마디 건네기로 한다.
괜히 엄격하게 다그치기보다는 따뜻한 차 한 잔 내어주듯
조금은 너그럽게 대하기로 한다.
변덕도 사람이고, 그 변덕을 품고 사는 나도 사람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오락가락해도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그래서 오늘도 마음이 또 마음대로 굴어도 나는 그냥 웃는다.
아, 참… 변덕도 사람이다 싶어 이번엔 더 크게 웃음이 난다.
이번 출장은 그냥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