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너머의 얼굴
(관계적 선으로 드러나는 요한 1서 3장 묵상)
지금의 우리는
안개 속에 서 있는 나무들처럼
서로를 완전히 보지 못한 채
같은 흙을 딛고 서 있습니다.
뿌리는 땅 아래에서 이미 서로 얽혀 있지만,
가지 끝에 맺힐 열매의 얼굴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불린 이름을 지니고 살지만,
그 이름이 함께 어떤 얼굴로 완성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거울 앞에 홀로 서면 부족함이 먼저 보입니다.
그러나 관계 안에 들어서면
나 혼자서는 보지 못하던 선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내가 지닌 가난이 형제의 자비를 부르고,
형제의 인내가 나의 미완을 품어 줄 때,
선은 설명이 아니라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우리는 이미 사랑 안에 놓여 있으나
그 사랑은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분의 사랑은 나를 통해 흐르며
타인의 삶을 밝히도록 주어집니다.
그래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은
각자의 성취가 아니라
서로에게 건너가며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닮아가는 것은
혼자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낮아지기 위해서입니다.
앞서기보다 기다리고,
판단하기보다 경청하며,
설명하기보다 동행하는 그 자리에서
그분의 선은 관계의 살과 피가 됩니다.
선은 홀로 빛나지 않고,
언제나 나와 너 사이에서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마침내 그분을 뵙게 될 그날,
우리는 단독으로 비추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눈과 눈이 마주치듯
마음과 마음이 포개질 때,
그분의 빛은 우리 사이를 통과하며
각자를 닮게 할 것입니다.
그 빛을 머금은 우리는
가난한 거울들처럼 서로를 더 환하게 비출 뿐,
자기 자신을 붙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아직 덜 자란 관계들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갈등과 미숙함은 실패가 아니라
선이 자랄 토양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내일은
이미 우리 사이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형제자매와 더불어
같은 길 위에 머뭅니다.
그분을 소유하지 않고,
그분의 선을 독점하지 않으며,
다만 그분의 빛이 우리 사이를 지나가도록
자리를 비웁니다.
안개 속에 서 있으나
이미 서로를 통해 빛나기 시작한 존재로,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미 함께 사랑받고 있는 존재로.
서로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