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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과 함께 묵상하는 마리아의 노래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Dec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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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과 함께 묵상하는 마리아의 노래

 

비천함을 굽어보시는 하느님 앞에 잠시 멈추어. 말을 줄이고, 판단을 내려놓고, 성모님의 시선으로 나를 돌아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합니다. 그러나 이 찬송은 소리보다 먼저 내 안의 방향이 바뀌는 데서 시작됩니다. 위로 올라가려 애쓰던 시선을 내려 하느님께 내어맡기는 자리로 옮겨 놓습니다.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는 까닭은 삶이 쉬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삶을 혼자 붙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조금 알게 되었기 때문이며 무언가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침내 붙들고 있던 나를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말보다 먼저 떨리는 숨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기쁨의 떨림으로 내 존재 깊은 곳이 깨어납니다.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습니다. 비천함은 실패도, 부족함도, 낙오도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 앞에서 더 이상 자기를 꾸미지 않아도 되는 자리, 스스로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진실의 자리입니다. 나는 얼마나 자주 강해 보이기 위해 애써 왔는지, 유능해 보이기 위해 내 안의 가난을 숨겨 왔는지, 조용히 돌아봅니다.하느님은 바로 그 숨겨 둔 가난을 굽어보십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당신의 거처로 삼으십니다. 눈에 띄지 않던 자리,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던 삶, 스스로조차 자주 외면하던 그 작고 가난한 자리에 하느님의 시선이 머무셨습니다. 비천함은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들어오시기 위해 비워 두었던 문이었고, 사랑이 머물 수 있도록 조용히 남겨 둔 여백이었습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습니다. 그 큰일은 내 삶의 조건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을 대하는 하느님의 태도를 보여 주신 일입니다. 하느님은 나를 지배하지 않으시고, 나에게 의존하시기를 선택하십니다. 하느님은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으시고, 기다리며 청하십니다. “내가 네 안에 머물 수 있겠느냐?”

 

그분의 이름은 거룩합니다. 그러나 그 거룩함은 멀리서 두려워해야 할 빛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와 안기시는 연약함입니다.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경외란 하느님을 크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제자리에 놓는 일입니다. 나는 하느님이 아니며, 하느님은 나 없이도 일하실 수 있지만 나와 함께 일하기를 기뻐하신다는 사실 앞에 잠시 머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합니다. 그러나 그 거룩함은 멀리서 두려워해야 할 빛이 아니라 젖을 먹고, 안기고, 돌봄을 기다리는 연약함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경외란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을 신의 자리에 두지 않는 겸손, 모든 것을 선물로 받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그분께서는 교만한 생각들을 흩으셨습니다. 교만은 다른 사람보다 높아지려는 마음이 아니라 혼자 충분하다고 믿는 자만심의 태도입니다. 하느님 없이도 삶을 완성할 수 있다고 여기는 생각입니다. 하느님은 그것을 폭력으로 꺾지 않으시고 다른 삶의 방식을 조용히 흘려보내심으로 흩으십니다. 작음의 길, 나눔의 길, 의존의 길을 열어 보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셨습니다. 그러나 그 팔은 짓누르기 위한 팔이 아니라 흩어버리기 위한 팔, 교만한 생각들을 바람처럼 흩으시는 팔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높이던 이들, 자기 확신으로 무장한 이들,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세우던 이들은 하느님의 다른 질서 앞에서 조용히 길을 잃습니다.

 

그분은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고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십니다. 이 높임은 자리의 상승이 아니라 존엄의 회복입니다. 나는 누구를 내 마음속에서 낮은 자리에 두고 있는지, 또 누구 앞에서 나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모두가 형제자매의 자리로 불림받습니다. 누군가는 돌보고, 누군가는 돌봄을 받으며 그 둘이 바뀌어도 부끄럽지 않은 자리입니다.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다는 말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내 손은 지금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 그래서 어떤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정직하게 바라봅니다. 가득 찬 손은 선물을 받을 수 없기에 그분은 먼저 손을 비우게 하십니다. 하느님은 나를 벌하시기보다 비워 주십니다. 비워야만 사랑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는 나 하나의 노래가 아니라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준 모든 작은 이들의 합창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내 영혼은 오늘도 주님을 찬송합니다. 나의 작음이 그분의 길이 되기를 바라며, 나의 가난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소망하며, 내가 사라진 자리에서 하느님의 자비가 더 선명히 드러나기를 기도하며.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합니다. 오늘도 하느님은 작은 이들 안에서 세상을 새롭게 하고 계십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을 거두어 주시는 하느님. 하느님은 약속을 잊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늘 새로운 삶의 자리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오늘, 이 평범한 하루 안에서 하느님은 또다시 당신의 자비를 육화하시기를 원하십니다. 마리아의 노래는 끝났지만 그 노래의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이제 그 자리는 우리의 몫입니다. 오늘 나는 하느님이 머무르기 좋은 작은 자리가 되기를 청합니다. 내어맡길 수 있는 만큼,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사랑이 더 선명해지기를 바라며 조용히 이 묵상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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