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범종 소리
어두운 새벽, 소년처럼 해맑은 스님이
예불 시간에 맞춰 범종을 울린다.
온 몸을 울리는 소리
심금을 울리는 소리
뼛속으로 스며드는 소리
뇟속을 파고드는 소리
온 몸의 세포들을 울리는 소리
존재를 일깨우는 소리
영을 울리는 소리
영혼을 흔드는 소리
산사를 울리는 소리
산사 속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
우주를 울리는 소리
허공으로 사라지는 소리
우주 속으로 소멸되는 소리
천 년을 흐르는 소리
태초로 흘러가는 소리
태초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
태극, 무극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소리
죄악을 떨어내는 소리
카로를 씻어내는 소리
욕망을 정화하는 소리
원죄를 녹여 내는 소리
마음을 정련하는 소리
존재를 다듬는 소리
순수의 소리
초월의 소리
초우주의 소리
절대 초월의 소리
무한한 신비의 소리
살아 있는 사랑의 소리
만물 안에 현존하는 불성을 통해 들려오는
우주적인 로고스의 소리
이윽고 장엄하고 신성한 소리에 휘감긴 대웅보전에서
낮고 굵직한 스님들의 예불 소리가 도솔천을 흐르듯 울려퍼지고
신성한 그 소리, 카로의 안개에 휩싸인
어두운 내 마음에도 메아리친다.
2025. 11.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