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시시를 떠나며
아시시를 떠날 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오기 쉽지 않을
거룩한 땅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이곳에서 보냈던 날들은
하나하나가 기도였고
숨결이었으며
만남이었다.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잦아든다.
대성당을 올려다보던
아침의 고요함,
포르치운쿨라의 작은 성전에서
들려오던 묵묵한 침묵의 울림,
산다미아노의 낡은 돌벽 사이로
흘러들던 부드러운 햇살,
리보토로토에서의 소박한 자리와
그 위에 머물던 평화.
수비시오 산을 걸으며
들었던 바람의 노래,
카르첼리의 깊은 숲에서
체험한 고독의 친밀함,
라베르나 산에서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던
십자가의 침묵,
몬테까살레에 남아 있는
가난한 형제들의 발자국.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내 안에 자리 잡았다.
나는 말없이 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잘 있거라, 잘 있거라.”
발걸음은 떠나지만
마음은 여전히 남아 머문다.
아쉬움은 술렁이는 메아리처럼
가슴에서 울리고,
그 울림은
영의 활동 안에서
너를 향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