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본조 르노
한국에서 날아온 이쁜 영혼들!
새날은 이미 고스란히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오늘 우리 마음의 밭에 뿌려질 말씀
네 종류의 씨앗들
내 마음은 어떤 땅일까, 깊이 생각해 봅시다.
주님께서 건네주시는 말씀에
온전히 귀를 기울여
그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내 것이라고 붙들었던 것들이
나를 묶어놓고 있다면
진솔하게 인정하고 다시 시작합시다.
5. 아시시에서 맞은 생일
동반과 부축의 손길로 나를 이끌어 주신 분
주님의 숨결이 흐르는 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생일
아시시의 맑은 새벽빛 아래
벅찬 감동이 가슴에 스며듭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돌보신
주님의 손길이
오늘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제 이름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깊은 곳이 환해집니다.
모든 사랑은 하늘로부터 흐르고,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다시 태어납니다.
깊은 만족
알맞게 식은 가슴으로
감사와 감동을 넘어
감격과 감탄의 신비 속에서
성 프란치스코께서 느끼셨을 것 같은
기쁨이 전율처럼
전신에 흐릅니다.
지금이 아니고서는 누릴 수 없고
여기가 아니면 찾을 수 없는 것
낙원을 찾다가
낙원을 발견하고
낙원 안에 들어가
거기서 누리는
생생한 기쁨
우리는 그렇게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기쁨과 자유를 누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어 행복한 동행을 맛봅니다.
고맙습니다
6. 아시시의 밤
성 프란치스코의
영적인 온기가 서린
대성당 앞에서
중천의 달빛은
고요한 축복처럼 내려앉아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 주었다.
생일의 기쁨을 나눈 이들과
밤길을 함께 걸으며
나는 오래도록 기억될
순간순간의 땅을
천천히 지나갔다.
별빛 가득한 아시시의 밤하늘 아래
아픈 허리를 두 개의 스틱에 맡기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걸었다.
이제는
아시시 너와 작별해야 할 시간.
내 삶의 깊은 심연에서
맑은 물을 길어 올리게 했던
이 땅이여,
아시시여 잘 있거라.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