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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어보세요.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Aug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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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어보세요.

 

가만히 들으면 들려요

9월이 오는 소리

가을이 오는 소리

 

태양은 질펀하고 흥건하게 열을 뿜어냈어도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와

벌써 내 곁에 와 있네,

채소밭의 어린 생명들이

고사리손을 모아 기도드리고

때 이른 벼들이 고개를 숙이네

 

햇볕과 물과 바람으로

가을 청과에 꿀을 바르고

밤송이의 가슴을 부풀게 하시는 분

오늘도 바쁘게 일하시네.

 

깻단을 두드리는 할머니

풀 깎는 소리

참새 쫒는 소리

 

봉숭아 열매를 터뜨리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

환하게 번지는 연꽃들의 미소

 

풀벌레의 작은 합창에

솔로 주자로 목청을 높이는

귀뚜라미 한 마리,

생명의 찬가에 흠뻑 젖은 가슴

 

불볕 아래 목말랐던 생명들아,

밤이슬로 목을 축이고

생명의 찬가를 힘껏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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