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선!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가 기념품으로 사다 준 상본이다.
내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에 의해 설립된 "작은형제회"라는 수도회 소속임을 생각하고 이렇게 멋진 상본을 사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래 지니고 있으려고 했는데, 사진 뒤에 붙인 도기에서 벌써 파편이 부스러져 나온다...-_-
한편 사진을 보며 두 갈래 다른 마음이 스쳐 지나간다.
하나는 시대의 흐름은 역시 상인들이 먼저 간파해내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새 교황께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했을 때 벌써 상인들의 머리에는 이 상본의 이데아가 각인되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은 이제 새롭게 나타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도 아래 정말 우리가 주님의 영(靈)에 의해 스스로 변화되고, 세상과 교회를 변화시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본에 적혀 있는 글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회개한 직후 성 다미아노 성당의 십자가 아래에서 주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이다.
"프란치스코야, 가서 나의 집(교회)을 고쳐라!"
프란치스코는 처음 이 말씀을 허물어져 가는 성당들- 외적인 표상으로서의 교회-를 수리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문자 그대로 폐허가 된 성당들을 복구하는 일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주님의 그 말씀에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를 뽑아세우시어 온 누리에 놀라운 일을 섭리하시는 것 같다.
사실 새 교황님은 선출되었을 때부터 교회와 세상을 놀라게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특별히 더 염두에 두는 것은 "교회와 세상은 별도로 존재하는 실재들이 아니다" 라는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교회가 스스로 변화를 일구어 냄으로써, 세상 변화의 동인이 되어야 함을,
악(惡)의 세력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세상을 창조주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동력이 되어야 함을 가르치고 계신 것 같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이 설파하였다.
" 그 누구도 다음과 같이 말해서는 아니됩니다. '그들이 통치하니까, 나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어" 하고 말입니다. 아닙니다. 나는 그들의 통치(정치)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 해서 그들이 통치(정치)를 잘 하도록 해야 합니다. 나는 능력에 따라 정치에 참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 교리에 따르면 정치는 애덕의 최고의 형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치는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손을 씻어서는(뒷 짐지고 있어서는) 아니됩니다.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기여해야 합니다! ... 훌륭한 가톨릭 신자는 자신의 최고의 것을 봉헌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통치자들이 통치할 수 있습니다. "
그리스도인은 기도함으로써, 그리고 행동함으로써 세상이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가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씀이다.
공동선을 이루지 않는 정치는 하느님의 뜻이 아님을 분명하게 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