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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연중 제 25 주일-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충실한 사람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Sep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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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연중 25주일은 집사의 직무 수행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개신교에 집사라는 직책이 있는데 하느님의 집사라면

직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사의 직무 수행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려면

집사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먼저 봐야 할 겁니다.

 

집사는 우선 주인을 대신해서 집안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직책은 주인으로부터 오지만

직책의 수행은 집안 식솔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위로는 주인의 뜻을 잘 받들어 모시고

아래로는 주인의 가솔들을 잘 돌봐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집사가 가솔들을 돌볼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는데

그것은 첫째로 자기 위에 주인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 주인의 뜻을 받들어 가솔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며,

가솔이 자기의 아랫사람이 아니라 주인의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을 놓칠 때 오늘 아모스 예언자가 질타하는 바와 같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억누르고 짓밟는 짓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집사란 이런 존재이기에 집사의 직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란

주인에겐 <충성>이요 주인의 식솔에겐 <사랑으로 돌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직무 수행의 인격적인 측면이라면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일적인 측면입니다.

집사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사의 직무를 인격적으로 잘 수행하는 것이 충성과 사랑이라면

직무를 일로써 잘 수행하는 것을 충실과 성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충실과 성실의 차이점입니다.

충실과 성실이 비슷한 말 같지만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충실은 성실보다 더 인격적입니다.

성실이 그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라면

충실은 주인께 대한 충성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집사는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충실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또 봐야 할 것은 주님께의 충성과 이웃에의 사랑이

둘이 아닌 하나(불이不二)이며, 다른 것이 아닌 같은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이런 뜻에서입니다.

사람들이 충성과 사랑을 가릅니다.

윗사람에게는 충성스러운데 아랫사람에게는 가혹하고, 냉혹합니다.

 

얼마 전 정권의 고위 인사가 “윗분의 뜻을 받들어, 윗분의 말씀만 전할 뿐

다른 말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의 윗사람에게는 그가 아주 충성스럽고 충실한 집사일 것입니다.

 

문제는 그에겐 윗사람하고의 관계만 있고 다른 관계는 배제된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그의 윗사람 위에 국민이 있지도 않고,

우리 신앙의 관점에서 그의 윗사람의 위에 하느님이 계시지도 않습니다.

 

이는 마치 조직 폭력배의 두목과 똘마니, 보스와 부하의 관계와 같습니다.

Leader가 아닌 Boss는 자기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스런 부하를 원하고,

이런 부하는 자기에게 그 자리를 준 보스의 뜻에만 개처럼 충실합니다.

 

수도원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장상에겐 순종을 잘하지만 형제들에게 소홀하거나 인색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수도원이건 밖이건 독재의 기운이 도저합니다.

 

좋은 주인은 자기에게 충성할 뿐 아니라 가솔을 사랑하는 집사를 둘 것이고

좋은 집사는 주인에게 충성할 뿐 아니라 가솔을 사랑으로 돌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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