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제가 말씀드린 바이지만
오늘 우리가 들은 루카 복음은 일흔두 제자 파견 얘기이고
열두 사도를 파견한 얘기와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파견된다는 면이나 아무것도 가지지 말고 가라는 것은 같지만
일흔두 제자 파견 얘기에는 “가거라”는 명령어와
인사하지 말라는 말과 평화를 선포하라는 말이 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방인을 위한 복음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동족에게 가는 것보다 더 멀리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복음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이방인에게 가야 하기에 단호히 명하시는 걸 겁니다.
가는 길에 인사하지 말라는 것도 먼 길 가야 하고 이방인에게 가야 하는데
이별 인사하지 말고 한가롭게 동네 사람들과 노닥거리지 말라는 것일 겁니다.
열두 사도 파견과 비교해서 더 중요한 차이점은 평화를 빌어주라는 것입니다.
이방인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것은 우리가 일본에 가서 평화를 빌어주는 것과 같고,
프란치스코처럼 전쟁 가운데 있는 적국에 가서 평화를 빌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시대 그리스도교 국가들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십자군을 일으키고 이슬람과 전쟁을 하고 있었는데 프란치스코는
그 와중에 평화를 가지고 술탄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처럼 이방인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방법도 평화로워야 하고
목표도 평화여야 합니다.
우리는 요즘 이러한 복음 선포가 왜 중요한지 절감합니다.
지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전쟁이 확전 일로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강경파들이 연정을 펴고 있고,
하마스도 강경파 이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생각에는 평화가 없고 오직 전쟁에서 승리밖에 없습니다.
위기 상황을 조장하고 그러니 자기들을 지지하라고 국민을 압박하며,
군수 사업을 일으키고 군비 경쟁을 합니다.
그러니 이런 강경파와 군수업자들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평화의 복음이
사람들 가운데 전파되어야 하고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래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중동 전쟁을 걱정할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위험합니다.
이 정부는 힘들게 체결한 9, 19 군사합의를 깨겠다는 사람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고 K-무기 수출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언론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며 9, 19 군사합의의 파기를 반대하는
여론 조사가 높게 나오자 발표하지 않고 조사 자체를 중단합니다.
이 정부는 북한이 장사정포를 발사하면 그것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같은 요격 체계를 갖추면 된다고 하며
그런 방어 체계 구축에 애쓰는데 물론 그런 노력도 해야겠지만
그 이전에 평화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실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아이언돔이 수천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무력화되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떤 복음 선포보다도
평화를 평화롭게 전하는 복음 선포가 중요하게 되었으며,
우리는 이 복음을 전하는 또 다른 루카 복음사가이고 일흔두 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