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포구로 항해의 뱃머리를 돌리는 나의 지표는 동반과 부축이다. 험준한 절벽 같은 이를 성난 파도 같은 이를 측은해서 도저히 버려 둘 수 없는 이를 동반하기란 항해의 기술에만 의존해서는 불가능하다. 무력한 어린아이 같은 나를 동반하신 하늘의 도움이 거의 전부다. 다만 나를 그분께 맡겨드리고 내 안에서 나를 내려놓으면 키를 잡고 방향을 정하는 것은 그분의 몫이다.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하고 상한 살을 헤집고 입을 맞추는 일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너를 위해 죽고 나를 위해 죽는 일처럼 사랑은 시시각각 죽는 일 삶이 말을 마치는 시간이 오면 죽음은 생명을 얻을 것이다. 사랑이신 나의 주님! 저에게 허락하신다면 눈물과 한숨과 불면의 밤을 보낼지라도 저도 한 사람의 발을 말없이 닦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