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고,
다시 말해서 하늘나라의 문을 열게 해주겠다고 하시는데 그 뜻이 무엇일까요?
틀림없이 좋은 뜻인 것 같기는 한데 그 뜻이 무엇일까요?
하늘나라의 열쇠가 있다는 것은 하늘나라의 자물쇠도 있다는 것이고,
그 열쇠가 베드로에게 있다는 것은 하늘나라를 여닫는 권한이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베드로에게 달려 있다는 것 아닙니까?
다시 말해서 내가 아무리 잘살아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베드로가 열어줘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나의 구원이 베드로에게 달려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 구원이 주님께만 달려 있다는 것이 우리 믿음인데
베드로에게 달려 있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말이 아닙니까?
그리고 베드로에게 그럴 능력과 자격이 있기는 한 겁니까?
없지요.
하느님 없는 베드로에게 그럴 능력과 자격이 없는 것은 너무 분명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당신의 신원을 베드로가 안 것은 인간의 머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것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라고 하시면서
하늘나라 열쇠를 위임하시지요.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하늘나라 열쇠를 위임하시는 것이고,
하느님의 지혜를 받고 힘을 받는 사람에게 위임하십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자기를 머리를 믿고 자기 힘을 믿는 사람에게는
하늘나라 열쇠를 맡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하늘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를
베드로에게 위임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베드로 한 사람에게 맡기신다는 뜻이 아니라
당신이 베드로를 반석 삼아 세우신 교회에 맡긴다는 뜻이며
그것은 교회의 일원인 우리에게도 맡기신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복음 다른 곳에서 너희가 무엇이든 이 세상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라고 주님께서도 말씀하신 바가 있지요.
그러니 이것은 베드로 한 사람의 영광이 아니고
교회 일원인 우리 모두의 영광입니다.
그러나 위임은 책임입니다.
주님의 위임이 우리에게는 책임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당신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려는 뜻은 아니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일에 주님께서는 우리를 초대하시며,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일은 당신과 우리의 공동책임이라고 하시는 것이지요.
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기 위한 당신 사명을 마치시면서
당신을 대신하여 이 사명을 계속 이어갈 교회를 세우시고
하늘나라를 여닫는 대표 책임을 베드로에게 맡기시고,
베드로의 신앙을 이은 교황들에게 맡기신 것인데
우리도 천국 열쇠 지기의 책임에 공동참여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지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