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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불을 지피시는 할머니

by 김맛세오 posted Mar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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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만물의 근원이 불'이라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기원 전 6-5세기경)가 주장했다던가요.

아마도 지구가 태양이라는 불과 함께 약 46억년 전에 태어났고, 인류가 있어 온 후 불에 대한 효용성을 두고

그렇게 간파한 것은 어쩌면 지당한 결과라고 여겨집니다.

 

예전에 접한 것중에 '배화교'라는 종교가 생각납니다.

불과 태양과 별을 신으로 숭상한 '조로아스터교'라고도 한 이 종교는 1,300년이라는 오랜 세월(고대 페르시아- 이슬람교-

중국 선교에까지)을 두고 융성했었다는 것을...

 

위의 예가 아니더라도 불의 효용성은 원시 인류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삶과 불과분의 관계에 있어, 늘 형이상학적인

기쁨과 더불어 하루라도 불 없이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삶고 볶고 튀기거나 조리며 덖거나 찌고 굽거나 데치며 지지고 끓임,

데침, ...등 불과 관련된 조리만 하더라도 얼마나 다양한지요.

 

'불'과 관련되어, 저는 의례이 '동재기' 어린 시절의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부엌엔 커다란 솥단지가 서너개 있어, 밥을 할때면 광에 잔뜩 쌓여진 나무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시던 할머니!

그림자처럼 할머니를 따라다닌 저는 "할머니, 제가 불 땔께요."하며 도우미로 나서 곤 했지요.

그런데 부지깽이 들을 때마다 매쾌한 연기로 코눈 바꿔 뜰새없이 온통 눈물을 흠쳐야 했던 기억!

아궁이 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꽃과 그 화덕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어린 소년의 자화상이 연기 속에

아련히 떠오릅니다.

어쩌면 그 불꽃은 우주 창생에서 태양계 탄생까지 연이어 가능케 한 원초의 불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감지하게 됩니다.

 

그렇듯 나무로 불을 지펴 지은 솥단지 밥- 그 시절의 쌀밥은 고실고실하니 제 생애 단연 최상의 꿀맛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세월에 따른 숱하게 거듭된 쌀 종자의 변형 탓도 있겠지만, 맛과 질에 있어서 요즘의 쌀밥맛은 할머니가 지어주신 그 때의

맛을 전혀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리고 뜸드릴 때 앉혀놓는 할머니 특유의 계란 찜은 그 어느 요리와도 비견할 수 없는 단연 최고의 맛!

식구들이 계란찜을 다 먹은 후 남은 것에 밥을 비벼먹는 것도 항상 할머니가 허락해 주신 나 만의 일품!

 

불은 이렇듯 할머니와 함께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나의 형제!

그리운 할머니의 손길을 거친 따끈따끈한 아랫목처럼 세상의 온기를 한아름 안고 옛 이야기를 꽃피우는 고향 자매!

특히 추운 겨울이면, 온 식구들의 평온한 안식처가 되어 준 사랑의 근원!

 

온갖 피조물을 하느님 찬미에로 초대한 그 유명한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노래'에서

심금을 울리는 불에 관한 귀절을 떠올려 봅니다.

 

"내 주님! 당신의 모든 피조물 그 중에도,

언니 햇님에게서 찬미받으소서.

그로 해 낮이 되고 그로써 당신이 우리를 비추시는,

그 아름다운 몸 장엄한 광채에 번쩍거리며,

당신의 보람을 지니나이다, 지존이시여!

 

아리고 재롱피고 힘세고 용감한 언니 불의 찬미함을

내 주님 찬미를 받으옵소서.

그로써 당신은 밤을 밝혀 주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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