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그러면서 우리 믿음의 영도자요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오늘 히브리서는 주님을 믿음의 영도자요 완성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복음은 믿음의 여인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며칠 전 믿음의 탄생과 완성에 대해 이미 얘기한 바 있지만
오늘도 믿음에 대해, 믿음의 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데
주님이 바로 우리 믿음의 길잡이이시라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을 길이라고 하셨는데 보통은
아버지께 가는 길이라는 뜻에서 얘기하지만
오늘은 믿음의 길이라고 얘기해도 좋을 것입니다.
믿음의 영도자라고 하셨기 때문이고
믿음의 완성자라고도 하셨기 때문입니다.
풀어 얘기하면 주님께서 영도하시는 대로 따라가면
우리 믿음이 완성될 것이라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복음의 여인을 예로 들어 한 번 보겠습니다.
오늘 여인은 믿음이 훌륭하다고 칭찬을 듣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의 믿음이 처음부터 훌륭했을까요?
아마 열두 해 동안 병을 앓은 결과일 것입니다.
병을 앓기 전에는 믿음이 없었을 것이고,
병을 앓기 시작한 후에도 한동안은 믿지 않았을 겁니다.
믿기는커녕 오히려 하느님을 원망했을 것이고,
주님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믿음이 미약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마중물이셨습니다.
우리말에 믿음을 주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주님이야말로 믿음을 주시는 분이고 그래서 믿음의 마중물이셨습니다.
오늘도 그러셨지만, 네 믿음이 너를 구하였다고 주님은 늘 믿음을 북돋우시고,
겨자씨만한 믿음이어도 그것으로 산을 옮길 수 있다며 믿음을 북돋우시잖아요?
물론 왜 이리 믿음이 없냐고 나무라실 때도 있지만,
그것은 거의 언제나 제자들을 향한 나무람이고
제자라면 더 큰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었지요.
아무튼, 주님은 믿음을 주시는 분이시어서
불신자를 믿는 사람이 되게 하시고,
인간을 믿는 사람에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되게 하시고,
심판자로 하느님을 믿던 사람을 구원자로 믿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믿음을 주시는 주님은 힘 또한 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당신에게서 힘이 나간 것을 아셨다고 하잖아요?
이처럼 주님은 힘주시는 분이시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힘이 전달되지 않지만
믿는 사람에게는 믿음만큼 그 힘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래서 이제 그 힘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죄를 지어도 절망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물론 주시는 힘을 받을 경우만 이겨낼 수 있고,
믿는 사람만이 그 힘을 받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믿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듯 믿음은 개방이요,
믿는 사람이 주님께 자신을 개방할 것이고 힘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