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온갖 좋은 일을 시작하시고 완성하시니
저희가 즐거운 마음으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며
새 시대를 열어주신 하느님의 은총을 찬양하고 그 은총의 완성을 기뻐하게 하소서.”
오늘 축일의 이 예물 기도는 오늘 축일의 의미를 잘 담고 있습니다.
전부터 새해 첫날을 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는지 의문이 있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의문의 한 실마리가 풀린 것도 같아 기쁘기도 합니다.
세상이 세상 달력으로 새해가 시작되었음을 기념할 때
우리는 교회 달력으로 새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기념하자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가 기념해야 할 것은 새해가 아니라 새 시대이어야 하고,
우리에게는 새해가 열리는 정도를 넘어 새 시대가 열려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새해가 열리는 것의 의미는 잘 알겠는데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성탄 신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느님이신 분이 이 세상에 탄생하심으로 인간인 우리가 신화하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거지요.
그런데 하느님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연결 고리가 되시고,
그 중심에 계시는 분이 바로 성모 마리아십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심으로써
당신은 천주의 어머니가 되시고 당신의 아드님처럼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길을 여신 겁니다.
이것을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연결하면
하느님이신 분이 성모의 아들이 되시고 인간이 되심으로써
우리가 종이 아니라 그분과 함께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새 시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새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우리는 종일 뿐 자녀가 아니었으며,
하느님을 주인님이라고 부를 뿐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었고
당연히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상속을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는 옛날에 정실에게서 태어나지 않고
종에게서 태어난 서자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종의 자식으로 아무런 상속을 받지 못하던 것과 같은 거지요.
그런데 이 새 시대의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고작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가 아니라
새 시대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이겠냐는 말입니다.
작년에 못 이룬 또는 작년에 실패한 것을 올해는 이루고,
지금까지 하지 않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하는 그런 정도를 넘어
죄의 종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신분이 바뀐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는데
새해를 맞아 이 새 시대의 삶을 본격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민수기의 말씀처럼
자신이 복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복이 되는 사람,
악마의 자식처럼 입에서 저주나 욕이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답게 늘 축복을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 한해 저와 저의 <여기 선교 협동조합>에 베풀어주신
여러분의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새 시대를 열고 살아가는 한해가 되시고,
주님의 복 많이 받으시고, 받으신 복을 이웃과 많이 나누는 새해가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