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모 자헌 축일은 이름대로
성모님께서 자신을 봉헌하셨음을 기리는 날이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두 가지 뜻이 겹으로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성모의 자헌에는 마리아가 부모 요아킴과 안나에 의해서 봉헌되었지만,
부모의 그 봉헌을 거역하지 않고 스스로도 자신을 봉헌하셨으며
아드님을 봉헌하셨을 뿐 아니라 그 전에 자신도 봉헌하셨다는 뜻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최초의 봉헌은 부모의 봉헌입니다.
지금도 불교에서는 동자승이라는 것이 있듯이
마리아의 최초 봉헌은 부모님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마리아의 봉헌이 이것으로 그쳤다면,
다시 말해서 스스로 자신을 봉헌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마리아가 봉헌되신 것이라면
칭송받아야 할 것은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이지 마리아 자신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리아의 자헌 축일은 마리아가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꺼이 순종하여 부모의 봉헌을 완성하신 것이며
여기에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틀림없이 당신을 봉헌하신 부모의 뜻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으셨고,
그래서 하느님의 뜻인 부모의 뜻을 완성하려고 순종하시고 봉헌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봉헌에도 이런 완성의 의미가 있습니다.
스스로 봉헌하길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을 완성하는 의미 말입니다.
부모의 뜻이건 하느님의 뜻이건 거역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진정한 의미는 기꺼이 순종하고 봉헌하는 데 있겠지요.
그러나 마리아의 봉헌이 더 완성을 이룬 것은
당신의 봉헌이 아드님의 봉헌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봉헌의 대물림이랄까 그것이 마리아의 자헌 안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자신을 진정으로 봉헌할 때
자식을 주님의 자식으로 봉헌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의 자식들도 자신을 봉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봉헌의 완성,
봉헌의 대물림을 묵상하는 성모 자헌 축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