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에서 드린 기도
겨울비가 내리는 오후
아무도 오가는 이가 없는 바닷길을
가슴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우산으로 간신히 막으며
지평선이 되었다 수평선이 되는 갯벌의 한 복판을 천천히 걸었다.
도착한 곳은 손바닥만 한 작은 모래섬
갯벌 한 가운데 자리 잡은 그곳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자연이 일깨우는 위대한 감회 속에서
패자에게 정을 주며 참담한 투쟁과 통곡을 간절히 껴안아 주고
쓰러진 자를 일으키고 멸시 받은 자의 얼굴에서 오욕의 구정물을 지워주시는 분에게
이 시대의 구원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는 삶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시대의 탁류가 몰고 온 독선과 비정과 무질서
그리고 단절 궁핍과 이질감의 위압에서도
끝내 빼앗기지 않는 자유와 정신의 고지를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부축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거짓이 아니기 위해 침묵의 육중한 바위를 쪼개며
밖으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을 깊이 더 깊이 간직한 채
참담히 피 흘리면서도 함성처럼 터져 나오는 내면의 소리를 담아 기도를 드렸다.
전남 신안 화도의 작은 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