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
한가위 명절에 오늘 복음을 읽는 이유는 오늘 부자의 예를 통해
한해 수확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수확을 많이 한 오늘 복음의 부자는 감사할 것이 있으면 감사하고
나눌 것과 나눌 곳이 있으면 나눠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많은 수확에 자만자족하고 욕심만 부리다 죽고 맙니다.
그러므로 수확을 많이 거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첫째로 많은 수확에 자만자족하지 말 것입니다.
자만자족은 그 많은 수확이 자기 능력과 노력의 결과라고 자랑하는 것이기에
이런 자만자족 안에는 그 수확에 큰 역할을 한 다른 사람이 있을 자리가 없고,
그것을 다 이루어 주신 하느님께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신 것이 아닌 셈입니다.
그런데 자기의 능력과 노력을 믿는 사람은 덕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당연히 누구의 덕도 보지 못하고 하느님의 덕도 보지 못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고기 잡는 데 능력도 있었고 밤새도록 노력도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어두운 밤을 경험한 뒤에야 그때까지
자기의 능력과 노력으로 고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교만이 깨졌지요.
그래서 주님께서 시키신 대로 하여 고기가 많이 잡혔을 때
자기가 지금까지 얼마나 자만하고 교만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하느님을 얼마나 몰라봤는지,
그 죄를 깨닫고 죄인인 자기에게서 떠나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덕분에 살고, 하느님 덕분에 많은 수확을 한 것입니다.
내 주변에 협력자가 있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그들을 보내주신 덕분이고,
그들 덕분에 내가 수확을 한 것이지 나 혼자 그 모든 것을 한 것이 아닙니다.
덕이 있는 사람이 덕을 봅니다.
덕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덕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께서 해주신 것이라는 것조차 보지 못합니다.
덕을 본다는 말은 덕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서 덕을 본다는 뜻인데
덕이 있는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의 덕과 하느님의 덕도 보는 법입니다.
덕인이라야 태양이, 바람이, 공기가, 비가 다 하느님 덕분임도 볼 수 있습니다.
덕인은 재승덕才勝德하지 않고 다시 말해서 재능이 덕을 앞서지 않고,
덕승재德勝才 곧 덕이 재능보다 앞서기에 덕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확뿐 아니라 모든 것을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당연히 배은망덕背恩忘德하지 않고 감사하는 사람이어야겠습니다.
그런데 배은망덕이라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은혜를 배반하는 사람인데 덕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라는 뜻이 아닙니까?
그리므로 덕분에 은혜를 입었다는 것을 잊지 않는 덕인은
이제 자기가 입은 덕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 줍니다.
자기 덕분에 다른 사람이 덕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덕분이라는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덕을 나눈다는 뜻이지요.
하느님께서 덕의 원천이시기에 제일 먼저 당신 덕을 나누어 주셨고,
나도 하느님 덕분에 덕을 지니게 되었기에 그 덕을 나눌 수 있는데
노랑이가 아니라 사랑의 사람이요 덕인이라면 덕을 나눌 수 있어야겠지요.
그러므로 이제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결론 내리면
자기의 수확을 나누지 않고 자기 창고에 쌓은 부자처럼
돈만 많은 부자가 아니라
감사할 것이 많은 부자,
사랑할 사람이 많은 부자,
나눌 것이 많은 부자이겠습니다.
한가위 명절에 여러분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보통 인사드리는데
저는 하느님 덕분에 그리고 여러분 덕분에 제가 있었고,
제가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고 감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