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느님께서 이사야를 통해 하시는 예언의 마지막 말씀은 이러합니다.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
그런데 무엇을 믿지 않으면 서 있지 못하리라는 것입니까?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어떤 예언을 하신 것입니까?
그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정하고 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르친과 아람 그리고 르말야의 아들이 격분을 터뜨린다 하여도
이 둘은 타고 남아 연기만 나는 장작 끄트머리에 지나지 않고
이제 예순다섯 해만 있으면 무너지리니 네 마음이 약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지금 예루살렘을 위협하는 아람 연합군이 아무리 강해 보이고
그래서 그들의 침공으로 예루살렘이 망할 것 같이 보여도
이들은 타고 남아 연기만 나는 장작 끄트머리에 불과하여
예순다섯 해만 지나면 무너지니 마음이 약해져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강해 보이는 원수들이 예순다섯 해만 지나면 무너질 거라는 말을 믿으면
마음이 약해지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그래서 예루살렘이 무너지지 않을 테지만
관건은 그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그것입니다.
사실 예순다섯 해가 지나면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무너질 거라는 말을 믿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지배를 받은 것이 삼십칠 년인데
독립운동을 하다 나중에 변절자가 된 많은 분이 그 지배가
심십칠 년이면 끝나는 줄 알았다면 아무도 변절치 않았을 겁니다.
이때 변절하지 않은 분들, 예를 들어, 김구 선생이나 안창호 선생 같은 분들이
변절한 분들에게 일본은 오래 가지 않아 망할 것이라고 그러니 계속 버티자고
설득해도 그말은 멀리 느껴지고 당장 앞에 있는 일본은 크게 느껴졌을 겁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도 그럴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멀리 느껴지고 현실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이 약하거나 없는 사람에게는
참고 견디면 극복의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주님 말씀하셔도
그 날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올 것 같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믿는다는 것은 많은 고통을 무릅쓰고 믿는 것이요,
오랜 기간을 무릅쓰고 믿는 것이며
그래서 믿음은 희망을 꺾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믿는 우리는 무릅쓸 것이 많습니다.
반대를 무릅써야 합니다.
손해를 무릅써야 합니다.
고통을 무릅써야 합니다.
배신을 무릅써야 합니다.
그래서 죽음도 무릅써야 합니다.
실망을 무릅써야 합니다.
심지어 절망도 무릅써야 합니다.
이런 것을 무릅쓰지 않고 믿음의 생활을 할 수 없음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