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13주 월요일-2016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두어라.”
오늘 복음은 마태오복음인데 어제 루카복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어제 루카복음에 있는 내용 중에서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말씀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라는 말과 같이
앞뒤좌우를 보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뒤를 보지 말고 앞을 보라는 말이고,
과거에 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오늘 마태오복음은 과거-미래의 이 표현을 빼고
그저 지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제자에게 주님께서는 그저 “너는 나를 따라라.”고만 하십니다.
‘먼저’ 장사 지내는 일을 한 다음 주님을 따르겠다고 하니
‘지금’ 네가 할 일은 장사지내는 일이 아니라 당신을 따르는 것이고,
‘먼저’ 해야 할 일도 장사지내는 일이 아니라 당신을 따르는 거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마태오복음은 루카복음에 비해 과거-미래 관점보다는
현재를 강조하고, 현재 무엇이 더 우선적이냐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과거지향적인 것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것이 좋지만
아예 미래도 과거처럼 따지지 말고 그저 현재를 살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정말로 중요하다면 지금 그것을 하면 되지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인간은 종종 과거 때문에 현재를 망치고,
미래 때문에도 현재를 놓치곤 합니다.
그리고 과거 때문에 현재를 망치는 것은 어리석다고 하면서
미래 때문에 현재를 놓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저는 단지 미래 걱정 때문에
현재를 불행하게 사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미래를 허황되게 계획하고 설계하면서
현재의 불충실을 합리화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미래 걱정이나 허황된 미래 설계를 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
미래를 아예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저는 하는 겁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면 현재에 ‘영원’이 있기 때문이고
이런 현재 안에는 과거와 미래가 다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일 중요한 일은
어제도 하고,
지금도 하고,
내일도 하고,
모래도 해야 할 일입니다.
어제는 저것이 중요하고
오늘은 이것이 중요하며
내일은 또 다른 것이 중요하다면
그런 것들은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중요한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인데
제일 중요한 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없다고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을 따르는 것이라고 오늘 주님은 말씀하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