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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

by 이마르첼리노 posted Jan 2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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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해



    연한 회색하늘 한 가운데 겨울 해가
    흐릿한 주홍빛 물감으로 풀어져 있다
    창호지 넘어 조명등을 켜 놓은 듯 눈이 전혀 부시지 않아
    그렇게도 편하고 부담이 없이 아름답다.

    깨진 맥주병을 눈에 대고
    해를 보던 어린 시절
    너무나 선명하게 해를 볼 수 있었다

    내 마음에 뜨는 해
    뜨고 지는 일 이 없는
    언제나 중천에 떠 있는 해를 바라보는 건
    가슴 벅찬 일이다.

    몸에 쾌적한 공기와
    마음에 친숙한 풍경
    이리도 넉넉한 아름다움에 취해 있으면
    마음속에 말들이 깨어나서 찬미의 기도를 드린다

    깃털에 저려오는 냉기를 받으며
    수척한 나뭇가지에 겨울새 한 마리
    낯익은 주변에서 먹이를 찾도록
    부드러운 빛으로 밝혀주는 해의 고마움을 아는지
    입을 열어 노래를 부른다.

    긴 세월을 흘려보낸 오늘에 이르러서
    특별한 아름다움, 특별한 기쁨,
    비탄과 고뇌의 심각성을 넘어
    위로부터 오는 자유와 자유가 만났다.

    하느님의 선하심으로 가득 차있는 세상은 보는 건
    내 안에 떠 있는 해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밖에서 안에서도 해를 보았다.
    아주 특별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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