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인생이 '한 줄기 연기'라는 표현이
전에는 지나쳐버렸던 표현인데 오늘 눈에 들어옵니다.
'한 줄기 연기'는 '풀잎 끝의 이슬'처럼 인생의 덧없음,
인생무상과 허무함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의 인생은 진정 이렇게까지 덧없고 허무한 것입니까?
그리고 인생을 꼭 이렇게까지 얘기를 해야 하겠습니까?
이것을 이십 대 청춘들이 들으면 창창한 앞날을 시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때는 저도 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불과 5년 전만 해도 저는 이 말을 흘려버렸지요.
그러니 이 말은 나이 먹은 사람에게나 들리고 유효한 말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유효한 말이고,
이 말은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은 우리가 무엇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하느님 뜻과 잇닿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오늘 야고보서는 오늘이나 내일 어디 가서 이렇게 돈을 벌겠다는 사람에게
그것은 허세를 부리고 자랑이나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얘기하기보다는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무얼 원하시는지 살피지 않고 하는 계획과 실행은
한 줄기 연기처럼 흩어져버리고 말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면
영원하신 하느님과 잇닿아 있는 것이니 괜찮다는 뜻일 겁니다.
제가 러시아 시베리아 갔을 때 참으로 인상적인 것이 있었습니다.
시베리아가 매우 춥고 바람도 엄청날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제가 갔을 때는 바람이 그리 세지 않았고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요.
그래서 연기가 전혀 흩어지지 않고 하늘 끝까지 똑바로 쭉 올라가는 거였습니다.
태어나서 흩어지지 않는 연기를 처음 봤는데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땅이 하늘과 연결되는 느낌이 같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인생과 우리가 하는 일이 한 줄기 연기와 같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면 이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한 줄기 연기가 분향 연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바람에도 흩어지지 않고
직통으로 하느님께 가 닿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랑으로 하는 일이요,
이 세상에서 끝나는 허무한 일이 아니라
천국에다 공로를 쌓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