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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갈아드립니다.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Feb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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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갈아드립니다.

 

수도원 현관 앞 두 개의 칼 통

하나는 갈아야 할 칼

또 하나는 갈아놓은 칼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칼

요양원에서

수녀원에서

학교 급식소에서

동네에서

 

누가 가져오고

언제 가져가는지 몰라도

갈아야 할 칼 통에 칼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비교하고 경쟁하는 사이에

높이고 자랑하고 증명하는 사이에

자로 재고 저울로 다는 사이에

감추고 숨기는 사이에

비난하고 판단하는 사이에

성취할 수 없는 복을 찾다가 무뎌진 양심

그 양심에 날을 세운다.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날을 세운다.

칼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날을 세우는 일은 기쁘다.

정교하게 갈고 갈아 번쩍이는 칼날

다칠세라 곱게 싸서 칼 통에 넣으면

마음은 벌써 잔칫날,

 

세상의 모든 복을 가졌다 해도

그것을 선물로 여기지 않으면 기쁨이 없다.

선물로 받은 사랑

선물로 내어주는 기쁨

나를 통해 너에게 자비가 흘러가는 유역엔 낙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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