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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 30 주일-햇빛에 젖은 빨래 말리듯

by 당쇠 posted Oct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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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어쩌다 미사 드리는 저의 모습이 나오는 옛날 화면을 보면
어쩌면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와 그렇게 똑 같은지 모르겠습니다.
팔짱을 끼고 머리는 꼿꼿이 쳐들고 있습니다.
그때 제가 무슨 기도를 하였을까요?
기도를 하기나 하였을까요?
거의 틀림없이 기도는 하지 않고
생각을 하거나 남을 판단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도란 무엇입니까?

기도란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도 아니고,
생각에 깊이 빠지는 것도 아니며,
더더욱 남을 판단하는 것 아닙니다.

기도란 하느님 면전에 머무는 것입니다.
기도란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기도란 하느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할 말이 있다면 몇 말씀 여쭙는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는 오늘 복음의 세리처럼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하고 말할 뿐입니다.

아직도 제가 바리사이처럼 기도할 때가 많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겉으로 볼 때 머리를 꼿꼿이 세우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기도를
정말 마음 깊은 데서부터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도하고 나면 정말 마음이 푸근하고 따듯해집니다.
마치 제가 햇살을 받는 듯,
아니 햇살이 저를 감싸듯 하느님께서 저를 감싸주심이 느껴집니다.
전에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왜냐면
전엔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정말 제가 저를 자책하고, 미워하고, 심지어 학대해도
저의 죄와 잘못을 하느님 앞에 내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불쌍하다니, 그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저 스스로 불쌍함을 용납할 수 없는데,
남이 저보고 불쌍하다고 하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어
아마 죽일 듯이 길길이 날 뛰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정말 제가 불쌍할 때가 많고,
주님의 자비를 청하곤 합니다.
자비를 청하는 제가 하나도 수치스럽지 않고,
어둡지도 않습니다.
마치 젖은 빨래 햇빛에 내놓듯
저의 죄와,
저의 허물과,
저의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하느님께만은 내놓는 것입니다.

하느님 자비하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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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요셉 2010.10.24 09:41:11
    그렇습니다.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완벽함을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 태도인가를 깨달았을 때 지난날의
    거침없이 완고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진리를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뒤 늦게
    깨닫고 낮 뜨거워짐을 느끼네요.
    지금도 무의식 안에서 가끔씩 자신이 다 안다는
    그 무지가 불쑥 불쑥 뛰어나와 스스로를 당황하게 할 때가 있지만요,

    젖은 빨래를 그냥 장동에 넣어 두면 곰팡이가 나듯이
    우울증이 생기는 현상도 같은 이치이기에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함을 절감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부족한 것을 청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하느님 자비하시니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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