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복음사가 축일에 루카 복음을 듣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지요.
그리고 루카 복음이 다른 복음과 어떻게 다른지 보면
루카 복음사가가 주님의 어떤 점을 전하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지요.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일흔두 제자 파견을 얘기하면서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보내셨다고 하는데
열두 제자 외에 다른 제자를 또 파견하셨다는 얘기이고,
이 사실은 다른 복음에는 없는 얘기입니다.
오늘 복음의 특이한 점 또 하나는 열두 제자 파견 때는 없는,
"가거라"라는 명령어를 명백히 쓰신다는 점인데
다른 복음사가는 물론 루카 복음사가도 열두 사도 파견 때는 쓰지 않습니다.
이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프란치스칸들에게는 이 의미가 작지 않고 너무도 중요하지요.
프란치스코가 받은 소명이고 그래서 프란치스칸 생활 양식이기 때문이지요.
프란치스코도 "가서, 무너져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라는 말을 들었잖아요.
그렇다면 "가거라"는 명령어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 '가거라'는 단순 강조 정도 이상입니다.
새로운 삶을 택하라는 엄중한 요구이며
경계를 뚫고 가고 넘어 가라는 명령일 것입니다.
우리는 정말 일어서야 할 때 주저앉아 있고,
가야할 때 안주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집과 고향에 안주하기도 하고,
자기 나라와 민족에 안주하기도 하고,
편한 사람과 친한 사람만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복음을 전하려면 복음을 모르는 곳으로 가야 하고,
복음에 우호적이지 않고 오히려 잡아먹으려는 사람에게도 가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파견할 땐 하지 않은 말씀을 하십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시며
가는 길에 아는 사람과 인사도 하지 말고 노닥거리지도 말라고 하시고,
가서는 평화를 전하되 원치 않으면 발에 먼지를 털고 떠나라 하십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것은
그저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라
복음과 평화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말씀이요,
무엇에 의탁하지 말고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라는 뜻이지요.
며칠 전 민족의 화해와 일치 위원회 회의를 하는데 실망을 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북쪽 사람들이 워낙 완강하게 복음을 거부하니까
선교는 잠시 미루고 인도적인 지원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는 것은
프란치스코가 이슬람의 술탄을 찾아갈 때 정말 아무것도 가져 가지 않고,
오직 하느님께 의지하여 복음과 평화의 정신만 가지고 간 것과 같습니다.
사실 루카 복음사가가 주님의 입을 빌어 이런 얘기를 한 것은
바오로 사도를 따라 이방인 선교를 하며
실제로 경험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란치스코가 복음 선포와 관련하여 특히 이슬람 선교를 얘기하며
싸우지 말라고 하는데 선교의 역사를 보면 복음 때문에 다투고 죽였지요.
오늘 주님께서는 양을 이리 때 가운데 보내는 것처럼 보낸다고 하시는데
우리는 양으로서 이리와도 평화롭게 공존하라는 가르침을 오늘 받습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다.^♡^
(자유와 해방을 주는 복음선포)
http://www.ofmkorea.org/276522
18년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허투루 받지 마라!)
http://www.ofmkorea.org/158224
17년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나도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나?)
http://www.ofmkorea.org/112444
16년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내가 바로 그 다른 제자!)
http://www.ofmkorea.org/94637
12년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떠남과 머무름)
http://www.ofmkorea.org/42421
10년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천개의 호수에 하나의 달이)
http://www.ofmkorea.org/4489
08년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도반의 행복)
http://www.ofmkorea.org/1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