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을 정도로 제 사랑은 보잘 것 없지만
이런 제게도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나누는 면에서
재미있는 현상, 곧 어떤 차이가 있습니다.
곧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있었으면 하고,
슬프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그것을 아예 모르기를
그래서 제 슬픔과 괴로움의 근처에도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 저의 어머니가 두 번 면회 오셨습니다.
그중 한 번은 군대 간다는 얘기도 없이 수도원에서
바로 군대 간 것을 6개월이 지난 다음 아시고 수소문해서 오신 거지요.
그런데 오시겠다는 연락을 받고 제가 외출할 테니 오지 마시라고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받지 못하고 오셨기 때문에 헛걸음을 하셨지요.
저는 집으로 가고 어머니는 부대로 오심으로 길이 엇갈렸던 겁니다.
군대 갈 때 말씀드리지 않고 간 것이나 면회를 오지 마시라고 한 것
모두 어머니가 너무 슬퍼하실까 봐 그리고 고생하는 모습 보시고
너무 마음 아파하실까 봐 그런 것인데 나중에 좀 더 철이 들고는
군대 가는 자식을 보시는 아픔보다 못 보신 아픔이 더 크고
고생하는 저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보다 안 보여드린 것이
더 불효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렇게 군대를 보내신 것이나 면회 오셨다가 헛걸음케 한 것을 생각하면
그때 저의 어머니가 얼마나 마음 아프시고 슬프셨을까 지금도 너무
후회되는데 그때의 저는 저대로 어머니를 사랑한답시고 그리한 것입니다.
아무튼, 사랑하면 기쁨과 즐거움에 사랑하는 이가 함께 하기를 바라고,
슬픔과 괴로움에는 사랑하는 이가 함께 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 반대도 같습니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이의 기쁜 일과 즐거운 일에는 함께 하지 않아도 되지만
슬픈 일과 괴로운 일에는 함께하지 않으면 그것이 더 견딜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없을 경우는 기쁘고 즐거운 일에는 함께하다가
슬프고 괴로운 일을 당할 때는 주님의 제자들처럼 도망쳐버리지요.
오늘 복음은 이런 사랑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입니다.
십자가 곁에 주님께서 환호받으실 때 있던 제자들은 없고
그럴 때는 한걸음 물러나 있던 마리아와 여인들이 있습니다.
고통을 함께할 수 없는 것이 더 큰 고통인 그런 사랑,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 차라리 덜 코통스런 그런 사랑,
이런 사랑을 일컬어 우리는 Passio(수난)라고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사랑을 하셨고,
어머니께서는 아들에게 이런 사랑을 하심으로 아드님의 지체들이며
어머니의 다른 아들들인 우리에게도 이런 사랑을 하셨습니다.
어제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미사를 작은 그룹과 함께 봉헌했는데
부처님에 비해 십자가의 주님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
십자가의 주님을 보며 편한 적이 있었냐고 제가 물었을 때
내가 고통받을 때는 십자가의 주님이 불편하지 않았다고 하시는 거였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보통 때는 십자가의 주님을 보는 것이 불편하고 부담스럽지만
내가 너무 고통스러울 때는 십자가의 주님이 위안을 주시지요.
그런데 그렇긴 하지만 그것은 편안이라기보다는 위안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에게 위로는 주님보다 어머니 마리아에게서 더 느끼고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 마리아를 위로의 성모라고 부르지요.
아무튼, 십자가의 주님 옆에 함께 계신 어머니께서
우리 옆에도 함께 계심을 믿고 그 사랑을 느끼는 오늘 우리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다.^♡^
[주님의 Passio(수난)에 마리아의 Compassio(동병상련)]
http://www.ofmkorea.org/380414
18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마음에 새기다)
http://www.ofmkorea.org/147805
17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주님 곁에는 늘 어머니가)
http://www.ofmkorea.org/111263
15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아드님과 함께, 우리와 함께)
http://www.ofmkorea.org/82546
14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성모 마리아와 같은 공감 능력을.)
http://www.ofmkorea.org/65312
12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어머니처럼만 하면)
http://www.ofmkorea.org/39125
11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동고동락)
http://www.ofmkorea.org/5282
10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고통에 강해지려면)
http://www.ofmkorea.org/4373
08년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사랑의 키 낮춤)
http://www.ofmkorea.org/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