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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프란치스코 대축일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Oct 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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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란치스코 대축일 강론은 여느 해 강론과 다른 강론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의 강론은 그해의 시대정신과 맞는 강론을 하려고 노력하였고,

그래서 프란치스코 대축일 강론은 다른 강론과 비교할 때 길기도 하고

담대하기도 하고, 엄숙하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어제 올해는 무슨 강론을 할까 산보하며 묵상하는데

정말로 문득 그러니까 예기치 않고 뜻밖에도 이제 '프란치스코가 참 버겁다'

'지쳤다', '프란치스코를 그만 내려놓자' 이런 느낌들이 올라오는 거였습니다.

 

너무도 뜻밖이고, 놀라서 '이거 진심이야?' '이제 프란치스코가 싫어졌어?

그리고 예수님도 따르기 싫어진 거야?'하고 제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니 프란치스코가 싫어진 것 아니고, 예수님은

더더욱 아니었는데 그렇다면 이 부정적인 느낌은 무엇이고?

왜 이런 느낌이 느닷없이 올라온 것일까 또 생각게 되었지요.

 

여전히 프란치스코를 사랑하지만 의지가 들어간 부분, 힘이 들어간 부분이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너무 의지적으로 프란치스코를 따르지 않고

힘을 빼고 따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환갑을 지내며 찾아온 변화의 연장이었습니다.

제가 환갑이 되었을 때가 저의 서품 30주년이었고,

서원 35주년이었으며, 수도 생활 45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돌아보니 참 열심히, 아니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함이 낫겠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살기는 했지만 잘 산 것은 아니라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를 저었는데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간 것은 아닐까?

잘못된 방향은 아니지만 헛심을 쓴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반성은 제가 그때까지 너무 책임만 맡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무거운 책임을 형제들과 하느님께 넘겨드리고 살아야겠다는,

이젠 나를 위한 , 내가 살아야 할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였습니다.

하느님을 위해서는 10년만 열심히 살아도-열심히 살기만 한다면-

잘 사는 것이니 그렇게 살고 나면 수도 생활을 그만두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하느님과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45년 열심히 산 것으로 되지만

나를 위해서는 예수님과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삶을 그만두어서는 안 되고,

남은 인생은 정말 이 삶을 열심히가 아니라 잘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란치스코도 생애 후반부에 총 봉사자의 책임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스스로 물러난 것이기도 하지만 밀려난 측면도 있었지요.

이제는 더 이상 프란치스코가 생각한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유식하고 유능한 형제들에 의해 밀려난 것이기도 한 거지요.

 

이때, 프란치스코는 형제회가 자신이 받은 소명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고뇌가 컸고, 잘못 가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너무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때,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나타나시어 이 수도회가 누구의 것이냐?

이 수도회를 누가 세웠냐는 음성을 듣게 되면서 프란치스코는

근심 걱정을 책임감과 함께 내려놓고 오로지 복음선포의 삶에만 전념합니다.

 

저는 이제 모든 힘을 빼고 살아도 되는 은총이 주어졌습니다.

프란치스코를 본받아 주님을 따르는 삶을 오로지 살 수 있는

은총의 시기가 주어졌는데 그것을 버겁게 생각하며 살거나

사랑이 아닌 의무나 의지로 살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는.

 

어제 수녀님들과의 추도식을 끝내고 뽑은 프란치스코의 말씀,

"기쁨과 더불어 가난이 있는 곳에 탐욕도 인색도 없습니다."

프란치스코의 권고가 그래서 마음에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도 저와 같은 분이 있다면 여러분도

저와 같이 프란치스칸 삶을 은총과 사랑으로 살아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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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풀밭 2020.10.04 11:30:55
    신부님,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신부님, 사부 성 프란치스코의 삶을 따라 열심히 사셨어요
    기쁨과 더불어 은총의 삶을 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0.04 05:03:58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0.04 05:02:28
    19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우상인가, 이상인가?)
    http://www.ofmkorea.org/270626

    18년 아시시의 성프란치스코 기념일
    (우리의 시대정신인 평화)
    http://www.ofmkorea.org/153895

    17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프란치스코처럼 다시 시작하자!)
    http://www.ofmkorea.org/111762

    16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형제를 악으로 보는 악에서 구하소서.)
    http://www.ofmkorea.org/94258

    15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강을 건넌 다음에는 배를 버려라!)
    http://www.ofmkorea.org/83153

    14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피조물을 사다리 삼아)
    http://www.ofmkorea.org/65641

    13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평화로이 세상을 가다)
    http://www.ofmkorea.org/56566

    12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참 좋다, 다 좋다!)
    http://www.ofmkorea.org/41155

    11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http://www.ofmkorea.org/5306

    10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불효자는 웁니다.)
    http://www.ofmkorea.org/4430

    08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유쾌한 가난)
    http://www.ofmkorea.org/1702

    ♡♡♡♡♡♡♡♡♡♡♡♡♡♡♡♡

    19년 연중 제27주일
    (절망 속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믿음)
    http://www.ofmkorea.org/271265

    18년 연중 제27주일
    (계단을 밟아야 단계에 오르지.)
    http://www.ofmkorea.org/154447

    17년 연중 제27주일
    (하느님 사랑의 공동 경작자)
    http://www.ofmkorea.org/111992

    14년 연중 제27주일
    (주님 포도밭의 소작인)
    http://www.ofmkorea.org/65653

    13년 연중 제27주일
    (믿음의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
    http://www.ofmkorea.org/56636

    12년 연중 제27주일
    (연이 바람을 타고 오르듯)
    http://www.ofmkorea.org/41510

    11년 연중 제27주일
    (주님 포도밭의 소작인)
    http://www.ofmkorea.org/5303

    10년 연중 제27주일
    (아무리 어두워도)
    http://www.ofmkorea.org/4426

    09년 연중 제27주일
    (좋으신 하느님의 좋은 뜻)
    http://www.ofmkorea.org/3177

    08년 연중 제27주일
    (아무 걱정 말고, 어떤 경우에도 감사하라)
    http://www.ofmkorea.org/1713
  • ?
    홈페이지 루비 2020.10.04 02:46:38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 축하드립니다.
    모든 분들 이 어려운 시기 영육간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평화와 선.
  • 홈페이지 김레오나르도김찬선 2020.10.04 01:30:42
    프란치스코 대축일을 축하드리며, 이 축일의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뜻깊고 복된 주일이자 프란치스코 축일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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